1987 : ‘그날이 오면’ 현재는 과연 그날일까?

일상/영화리뷰|2018. 1. 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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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 한 대학생의 죽음이 6월의 광장으로 이어지기까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 1987년을 그려내다!
 
 1987년 6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불의에 맞섰던 뜨거웠던 시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영화 <1987>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에서 찾는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기까지. 가슴 뛰는 6개월의 시간을 <1987>은 한국영화 최초로 그려낸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또 하나의 의문사로 덮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했던 모두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했던 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영화 <1987>은 권력 아래 숨죽였던 사람들의 크나큰 용기가 만들어낸 뜨거웠던 그 해, 1987년을 그려낸다. 
 
영화 <1987>은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되었는지, 1987년을 뜨겁게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기록 속에 박제되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사람들의 드라마로 가득 차 있고 오늘의 한국 사회의 주춧돌을 놓은 뿌듯하고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영화 <1987>은 시작되었다. 졸지에 시신으로 돌아온 스물두 살 아들을 차갑게 얼어붙은 강물 속에 흘려 보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슬픔에서 1987년의 시간은 시작된다. 골리앗같이 강고한 공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대공수사처장(김윤석),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검사(하정우), 진실을 보도한 기자(이희준), 막후에서 진실이 알려지는데 기여한 교도관(유해진)과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하는 이들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평범한 대학생(김태리), 이밖에 박처장의 명령을 받들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수감되는 대공형사(박희순) 등 각자 다른 위치에서 부딪히고 맞물리며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격동의 6월로 완성된다. <1987>은 실재했던 이들의 드라마가 가진 생생함에 덧붙여 그들이 겪었을 법한 사건과 감정의 파고를 손에 잡힐 듯 따라가며,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6월 광장의 시간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날이 오면’ 현재는 그날일까? 

시작과 끝, 두 대학생의 죽음이 큰 기둥이지만 그 사이로 대한민국을 투영한 많은 개인들이 등장한다. 정의의 편뿐 아니라 불의의 세력까지 제 목소리를 낸다. 그렇게 충돌한 역사는 야만의 시대를 경과해 30년이 지난 지금도 헛헛하게 거듭되는 게 아닐까.

먼저 박종철의 죽음을 특종 보도한 언론사는 아이러니하게 현재 보수신문의 대표를 자임하고 있다. 군부 독재세력은 보수정당의 맥을 이어왔고 촛불의 저항으로 권력을 토해냈을 뿐 변함없는 위세를 떨치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후 청와대는 7명의 집주인이 바뀌었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완성형이 아닌 계속 진행형이다.

같은 1987년에 벌어졌지만 다루지 않은 노동자대투쟁도 있다. 30년 전보다 국가의 경제규모는 훨씬 커졌지만 재벌의 독점과 부의 집중은 더 견고해졌다. 열악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 여전히 가난한 죽음의 행렬과 부조리한 시스템들이 적폐이상으로 단단하다. 그래서 영화의 끝 자막에 흐르는 합창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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