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special

일상/다양한이야기|2017. 8. 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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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주만에 블로그 글을 쓴다. 


그동안 별거 아닌 글이라도 매일매일 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나름대로 습관이 되어 술을 먹고 들어오든, 
피곤한 상황이든 구별하지 않고 꾸역꾸역 글을 업로드 해왔다.

하지만 얼마전 인도네시아 출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2주간 블로그를 등한시해왔다. 
너무나도 피곤했고, 하루정도 쉬어도 된다는 생각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하루 빠졌으니 
시작하기 좋게 월요일부터 작성하자, 그러다 또 다시 귀찮아져 제대로 정리하고 충분한 휴식을 갖고 나서 
시작하자고 나와 타협한 것이다.

하지만 나름 6개월 이상 매일매일 블로그를 쓰다보니 하루의 마무리가 왠지 찝찝해져왔다. 
그리고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가졌던 여러 목표들에 대한 내 열정도 나즈막히 가라앉았다. 
인간은 원래부터가 게으름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일부로 내 삶에서
게으름을 밀어내기 위해 나름 시스템을 갖추었었고, 그 중에 하나가 블로그 글쓰기였다.

결국 게으름을 밀어내기 위해 준비하고 실천했던 다양한 시스템 중에서 블로그 글쓰기를 실천하지 않음으로서
나머지 시스템들도 하나둘 무너져내렸고, 2주동안 아무런 열정없는 삶을 살면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열정없는 삶이란 주최적인 삶이 아니란 의미와 같다. 하루가 언제갔는지 모를정도로 바쁘게 일을 하지만
다음날에 일어나서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왠지모를 공허함으로 다시 몸이 나태해지고, 그러다 보니 블로그 글을
쓰거나 새벽에 일어나 기사를 리뷰하거나, 수영을 가거나 하는 게으름을 몰아내는 시스템이 깨진 것이다.

게다가 요근래 자주 내린 비도 시스템을 무너트린 이유 중 하나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미국주식 시장추이를 보고 시장을 Check한 후 국내 기사를 리뷰하면서
매일매일 경제의 흐름을 살피고 나서 8시 수영장을 갔었는데 출장을 다녀온 후 계속되는 비로
수영장을 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비가와도 수영장을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수영장을 가게 되면 약 40분이 소요되는 반면
전기퀵보드를 타고 수영장을 가게 되면 10분정도면 충분했기 때문에 나 나름대로 합리화 한 것이다.

왜 갑자기 이런일이 발생되었는지 고민해보았다.
그 이유는 나름대로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의 "Something special"이 없어졌기 때문이였다.
"Something special"은 별다른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특별히 부여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남들에게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나에게 의미있는 활동이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 "Something special"은 블로그 글쓰기였고, 기사를 리뷰하는 것이였고,
하루하루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되짚어보는 것이였고, 전문성을 강화시켜나가는 것이였다.

 

바로 이런 "Something special"이 2주동안 없어졌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허무해져갔고 미래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게으름이 거짓말처럼 내 삶의 습관으로 스며들기 시작했고, 다시한번 "Something special"한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한다.  


[어느 게으른 달팽이가 벗어놓고 간 인생의 의미]

"너는왜이길 위에있니?"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살아있는의미를찾으려고요." 나는 대답했다.

그는 당황한 것 같았다.
"의미? 의미라고?
만약삶에 의미 같은 것이 있었다면
지금쯤이면 누군가 가 그걸 발견했어야 하잖아?

그 많던 천재들이 그냥 암전히 관에
들어갔을리 없잖아!
그리고 만약 삶이 의미 없는 게 확실하다면
그것 역시 21세기쯤 되면 누군가가
확실히 선언해서 인류를
의미 찾기 고행에서 해방시켰어야 하잖아."

그의 이야기에 대답하는 대신
나는 유치원 시절에 했던 놀이 하나를 떠올렸다.

나른했던 여름날로 기억하는데,
선생님이 우리에게 보물찾기를 시켰었다
(아마도 귀찮아서였겠지만).

보물은 숨겨놓지도 않고.
그걸 알 턱이 없는 우리들은 보물찾기를 하며
신나게 한나절을 놀았다.

아무리 찾아도 찾아지지 않으니
더 열의에 불탔다.

놀이터의 시소와 그네 밑을 뒤지고,
뒷마당의 풀 틈과 나무껍질 사이를 뒤지고,
교실 안 장난감통, 피아노 뒤까지
기어 들어가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보물을 찾아 헤매며 우리는 웃고 다투고
서로 밀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 수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이 "이제 그만!
간식 먹으러 다들 모여요."라고 외쳤을 때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모인 우리들은
손에 손에 보물을 들고 있었다.

우리의 눈은 반짝였으리라.
어떤 아이는 누군가 구슬치기 하다 잃어버린 구슬을,
어떤 아이는 풀 틈에숨어있던 도토리를,
어떤 아이는 풍맹이를,
끝내 아무것도 찾지 못했던 한 아이는
자신이 꽂고 있던 머리핀을,

나는 어떤 게으른 달팽이가 벗어놓고 간
달팽이집을 들고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찾아온 보물들을 하나하나 보며
미소 지으셨다. "정말 예쁜 보물들을 찾았구나.
우리 내일 또 찾자."

이것이 내 어린 시절의 추억 중
가장 신나는 놀이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누구라도 와락 끌어안고 싶어진다.

보물 없이도 보물찾기를 하며 즐길 수 있는 천진함,

그리고 그 속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아내고
소중히 손에 쥐고 떠날 수 있는 어여쁨.

천재는 보물이 없다고 낙담할지 몰라도
천진한 이는 매일매일 보물을 손에 쥐고
놀듯이 산다.

곽세라저 "너를 어쩌면 좋을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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