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골든아워 2(★★★★)

일상/도서리뷰|2018. 11.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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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시스템의 발전은, 최소한의 권력이라도 쥔 자가 추락한 남자 같은 상황에 처하거나, 언론이 주목해야 그나마 진일보를 보인다. 그러니 힘 있는 자들의 문제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해결될 여지가 많고, 힘도 돈도 없는 자들의 문제에 있어서 언론의 지속적 관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 변방의 환자 28페이지 -

대한민국은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그것도 소 정도는 되어야 외양간이라도 고치지 강아지, 닭과 같이 값어치가 덜 나가는 것들을 잃어버리면 그나마 고치지도 않는다. 그리고 꾸준함이 없다. "번갯불에 콩 볶듯" 일단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우르르 달려들어 관심을 집중하지만 결과적으로 결론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효과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는게 바빠서 그럴까? 결과적으로 향후 나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인데 위기대응 DNA가 부족해서 일까? 아니면 아무런 위기에 노출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에게 위기는 다가오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 이런 믿음은 어디서 오는지 참 궁금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적절한 선에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중도에 포기하는 용기가 없었고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와 같고, 잘못 건드리면 바스러질 얇은 유리잔과 같았다. 거부당하는 결재 사안들 하나하나가 모두 센터 운영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 걸맞는 인사가 되지 못했다" - 길목 105페이지 -

대한민국에서는 "YES"맨을 선호한다. 부당해보이거나  비합리적으로 판단되어 "NO"라고 말하는 순간 조직에서 "이단아"가 된다. 참 신긴한 것이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일 수록 더 그런 것 같다. 100세 시대인데 자기 의견은 1도 이야기 하지 못하고 항상 "YES"로 일관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윗선의 교수들은 여러 명이 연구실을 쓰는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어서인지 아랫사람들의 고충을 몰랐다. 윗선의 교수들은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항상 그들이 문제를 진정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모른 체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우리의 현실은 늘 위계질서 속에 묻혔고, 지겹게 들어온 "형평성의 원칙"에 가로막혔다. 나는 스태프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윗사람들과, 최소한의 공간을 요구하는 센터 교수진 사이에 서 있었다." - 바래는 나날 160페이지 -

모두가 "YES"로 대답을 일관하다 보니 '벌거벗은 왕'과 같이 조직의 리더들도 제대로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어디부터 도려내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YES"만을 외치는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속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여러 제도적 측면과 사회적 자본 활용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경제 주체 간 신뢰를 쌓아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평가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말이었다." - 남겨진 파편 224페이지 -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이다. 짧은 시간동안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고, 많은 시민들의 희생을 통해 민주화를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이다. 이런 눈부신 성과에 대한 결과일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된 우리의 만성적 습성이...

"한 지방자치 단체에서 1,800억 원을 들여 대규모의 안전체험테마파크를 지어놨다. 하루 평균 입장객은 350여명, 연간 적자 규모는 15여억원이라고 했다. 1,800억 원이면 중증외상센터 전체 건립 비용을 상회하며, 소방항공대 두세 곳을 창설할 수 있는 금액일 것이다. 세월호와 증증외상에 대한 이슈가 불거진 이래로 안전과 외상을 테마로 수많은 것들이 벌어지고 있으나, 나는 그 핵심 가치를 알 수 없었다." - 무의미한 대안 255페이지 -

어떤 조직이든 모두 "핵심가치"를 보유하고있다. 그것이 에센셜.. 본질이기 때문이다. 즉, 존재의 이유인데 신기하게도 대부분 조직의 핵심가치가 비슷하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핵심가치는 본질이라기 보다 그저 텍스트화 된 구호에 불과하다. 그렇다모니 핵심가치가 내재화 되기는 커녕 대답하기 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질. 존재의 이유를 모르는데 생겨나는 것들이 왜이렇게 나 많은지.. 본질이 왜 이렇게 수시로 바뀌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본질은 변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한국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고, 그 안에서 각자도생하며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 사회는 영화 <매트릭스>와 흡사하고, 사회가 움직이는 시스템의 근간은 모르는 채 사는 것이 좋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정부나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낫다. 일부 '선수'들만이 그런 시스템을 이용해 개인의 이윤을 극대화할 뿐이다. 나는 이 사회 안에서 평범하게 자영업자로서의 의사직을 유지하지 못하고, 주제넘게 시스템에 접근한 탓에 바싹 타들어가고 있었다." - 지독한 재연 282 페이지-

후배들에게 종종 이야기 한다.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그래야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후배들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배들의 잘못이 아니다. 후배들은 정부나 사회시스템을 개선해보려고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매우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을 가지고 주제넘게 답답함을 느끼는 내가 이상한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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