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씁씁한 기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일상/다양한이야기|2018. 10. 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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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키마인드입니다.

오늘 갑작스럽게 전에 함께 근무했었던 '팀장님'의 부친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팀장님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몇개월전 퇴사를 하셨습니다)

갑작스런 소식에 많이 당황을 하였지만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경사는 특별한 친분이 아니고는 참석을 많이 하지 않지만 '부고'와 관련해서는 왠만하면 다 참석을 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업무가 끝나자마자 짐을 싸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계속 보고 있더군요. 유연근무제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다르긴 하지만 6:30분이면 모두 퇴근을 하기에 다 함께 장례식장에 조문을 갈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짐을 싸서 장례식장에 출발한 인원은 저를 포함해 3명 뿐이였습니다. 부서가 3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원은 40명 가까이 되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팀장님' 밑에서 팀원으로 몇년간 함께 근무했던 인원이 10명이고, 같은 사무실에서 매일 인사하고, 전에 함께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들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조문을 가는 인원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팀장님'은 솔직히 업무적으로 그리 좋은 리더는 아니였습니다. 한마디로 '권력형 리더'였습니다. 업무지시를 할때도 명확한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못하셨고, 팀원들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하여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그리고 윗사람에게 잘보이기 위해 일보다는 정치로 승부하는 등 '리더로서 존경할 만한' 분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함께 근무했던 10명이 팀원들은 이런 '팀장님'을 끔찍히 따랐습니다. 정말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며 팀장님의 비위를 맞춰가며 일을 해왔던 팀원들이였습니다. 게다가 함께 근무한 기간도 적어도 4년 이상씩은 모두 됐었구요.

헌데 오늘 단 2명만이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습니다.  10명의 팀원 중에 단 2명입니다.

그동안 업무적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따랐을 지는 모르지만 뒤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동안을 함께 근무하였고 싫으나 좋으나 그렇게 팀장님의 비위를 맞춰가며 노력했던 사람들이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저렇게 까지 하고 싶을까?'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장례식장을 가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는게 무엇인지" "무엇이 올바르게 사는건지"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는 무엇인지" 등등을 말입니다. 업무적으로 맞지 않는 "리더"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인간성'도 좋지 못한 리더들도 많고 말입니다. 하지만 싫든 좋든 몇년 동안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 얼굴을 보아왔던 사람 그것도 "상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10명 중 2명만이 조문을 가는 건 너무 하지 않나요? 저는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팀장님이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긴 했어도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그런 사악한 리더는 아니였습니다. 나름 팀원들을 다독여 가며 업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인간적으로 보충도 해주는 모습도 보였고 말입니다. 게다가 10명의 팀원 중 2~3명 정도는 본인들이 자처해서 "부관"이라고 생각할 만큼 팀장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필했던 사람들이였는데 그 사람들조차 가지 않는 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팀장님을 보필하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요즘 직장생활을 하는데 있어 안그래도 지치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같은 모습을 보니 더욱더 직장생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입니다. 하루에 적어도 8~10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저는 오늘 직장생활에서 씁씁한 기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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