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일상/영화리뷰|2018. 5. 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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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판 ‘삼시세끼’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진 대로 동명 영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리메이크작이다.

사실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원작은 따로 있다. 2002년 만화 월간지 연재로 세상에 알려진 동명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다. 영화는 만화의 에피소드와 시간의 흐름을 재구성하긴 했지만, 거의 한 작품인 듯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또, 거칠고 투박한 그림체로 그려진 원작 만화의 요약된 레시피를 친절하게 정교하게 재현함으로써 힐링을 준다고 했다.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이어지는 영화는 산속의 작은 마을인 고향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가 혼자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한 식재료로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특히 영화의 여름 편과 가을 편은 이렇다 할 줄거리 없이도 최고의 몰입감을 보여준다. 비 오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와 계절에 따라 바뀌는 마을 풍경, 익어가는 농작물의 모습,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이 맛있는 음식으로 변해가는 과정 등에 포커싱한다.

회사 후배에게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소개받은 것이 지금으로 부터 약 2년전인 것 같다. 서로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가 같아 주말에 보고 온 영화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 하며 서로 재미있게 본 영화를 적극 추천해줬었는데 그중에서 정말 "강추"한다는 영화가 바로 일본영화 "리틀 포레스트"였다. 기대하는 마음에 금요일 저녁 맥주와 함께 영화를 보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하루종일 일하고, 음식만드는 게 영화의 모든 것이였다. 주말이 지나고 나서 난 후배에게 무슨 이런 영화를 소개시켜주냐고 따졌던 기억이 나는 영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이다.

일본 영화와 달리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계절별로 키우는 농작물에 대한 설명을 축소하고, 음식 만드는 과정을 대폭 삭제한 대신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을 비롯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강화했다. 어쩌면 혼자 논농사도 짓고, 오리도 잡는 등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이치코보다 같은 동네에 사는 큰고모와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 등 친구들의 도움으로 시골살이를 이어가는 혜원이 더 사실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한국판에서는 일본 영화를 통해 느꼈던 힐링이나 혜원과 같이 살고 싶다는 동경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본판과 달리 시골 생활을 통해 전하는 삶의 깨달음은 너무 직접적이어서인지 그 울림도 크지 않다. 일본 영화보다 한국 영화를 먼저 봤다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미처 한국식으로 바꾸지 못한 밤 조림 등의 왜색 깊은 레시피나 소품은 영화에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게 한다.

ㅣ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줄거리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 혜원.
 
 그렇게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데…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직 등 매일 반복되는 일상 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이 고향집에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혜원’은 그곳에서 스스로 키운 작물들로 직접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오랜 친구인 ‘재하’, ‘은숙’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임순례 감독은 이전 연출작들에 비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휴식과 위로를 찾을 수 있다는 주제를 더욱 견고히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십대를 지나고 있는 청춘이지만,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세대를 불문하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임순례 감독은 ‘혜원’을 비롯한 ‘재하’, ‘은숙’, 그리고 ‘엄마’ 등의 등장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조명하는 동시에,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는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2018년 봄, <리틀 포레스트>가 관객들에게 휴식 같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임순례 감독이 선사하는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의미를 한 번쯤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작은 숲’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ㅣ "리틀 포레스트" 원작 이야기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인기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자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해수의 아이]로 제 38회 일본 만화가협회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제 13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분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인기 만화가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리틀 포레스트]는 작가 자신이 도호쿠 지방에서 자급자족 했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 더욱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시골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아 국내에서도 마니아 층을 양산했던 작품이다. 임순례 감독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휴식 같은 영화를 선물하고 싶어 연출을 결심했다”고 전하며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임순례 감독이 <리틀 포레스트>로 4년 만의 복귀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2015년 개봉한 일본의 동명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과의 차별성에 대해서도 영화 팬들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본의 동명 영화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2편에 나누어 개봉했지만, 국내에서는 한 편에 사계절을 모두 담아 시간의 흐름이 보다 두드러지고, 속도감과 리듬감이 더해졌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일본 동명 영화가 원작 만화 [리틀 포레스트]의 내용과 유사하게 주인공이 사계절 동안 자급자족해 먹는 ‘요리’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인물들의 스토리와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하여 한국 영화로의 각색에 포커싱했다는 것 역시 차별화된 지점이다. 
 
김태리가 연기한 주인공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 동안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로 제철 음식을 먹는 과정과 함께,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 등 주변 인물들과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등장하는 음식들은 모두 ‘혜원’의 기억과 맞물려 있는데, 요리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말없이 떠나버린 엄마와의 기억’들과 마주하고, 함께 요리해 먹으며 친구들과 마음을 나눈다. ‘혜원’ 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주변의 평범한 20대들의 모습을 옮겨 놓은 듯한 ‘재하’와 ‘은숙’의 캐릭터 역시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낼 예정이다. 임순례 감독은 “요리보다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두고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며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원작과 리메이크작에 대해 비교한 기자의 의견도 그렇고 임순례 감독이 의도한 영화의 취지도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두 영화를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추천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는 한국판 "리틀포레스트"가 더 좋았다.

원작에서는 [리틀 포레스트]의 내용과 유사하게 주인공이 사계절 동안 자급자족해 먹는 ‘요리’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인물들의 스토리와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하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향상 사계절 음식을 하나하나 천천히 영상미로 즐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여서 일본원작을 보았을 때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한국판에서는 좀 더 친숙하고 공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덜해서인지 원작과 리메이크작 모두 엄청나게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만, 경쟁과 획일함에 지쳐 시골로 내려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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