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31 경제기사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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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부모님 뭐하시노"…일터로 번진 수저론

대입 이어 취업·승진도 부모 경제력 영향
건전한 경쟁 가로막아…사회 역동성 훼손

◆ 위기의 계층사다리 ① ◆

#1 2014년 10월 서울 양천고 행정실장 변 모씨(60)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직 재단 이사장 정 모씨(84)를 '이모'라 부르는 재단 이사 김 모씨(55)였다. 이 전화 한 통으로 학교 교사 채용 과정이 대폭 수정됐다. 김씨의 아들을 위해서였다. 채용 과정은 필기시험과 서류심사, 시범수업과 심층면접으로 구성돼 겉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였지만 짜맞춘 듯한 각본대로 착착 진행됐다. 비슷한 시점인 2014년 10월 18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21)도 이화여대 체육과학과 입학 면접장에 들어섰다. 이 학교 입학처장은 면접에 앞서 심사위원들에게 "수험생 중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강조했다. 정씨의 목에 걸린 금메달이 입학 허들을 낮추라는 윗선의 신호였다.

#2 "저도 한번 잘 살아보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사는 게 대체 왜 이 모양이죠?" 김권호 씨(가명·60)가 다 큰 아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 것은 작년 말이다. 김씨 아들 윤건 씨(가명)는 소위 '파리목숨'이라는 1년짜리 기간제 교사로 서울 시내 한 사립고등학교에 재직 중이었다. 느닷없이 크리스마스를 불과 며칠 앞두고 학교에서 "계약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날 아들은 술에 취해 아버지 앞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7년 전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후 임용고시를 3~4년간 준비해온 아들에게 "더 이상 지원할 수 없으니 일단 돈을 벌면서 시험을 준비하라"고 설득했던 장면이 '비수'처럼 김씨 가슴에 꽂혔다.

한국 사회 계층이동 사다리가 허공 위 구름다리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본인의 능력·노력과는 별개로 "부모님, 뭐 하시노" 이 짧은 한마디가 유치원·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졸업 후 취업 이력서에까지 평생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닌다. 부모의 직업과 경제적 지위에 따라 명문대 입학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고소득 직업도 세습된다. '흙수저' 청년들이 수십 대, 수백 대 1의 경쟁을 하는 동안 '금수저'들은 정유라 씨가 말을 타고 장애물 넘듯 가뿐히 취업 문턱을 넘어선다.

고착화돼 가는 금수저·흙수저 논란을 해소하는 방법은 허약해진 경쟁 체제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경쟁 촉진을 통해 불합리한 담합구조(기형적 자본주의)의 틀을 깸으로써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제대로 대접받는 '정상적인 자본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투자효율성 저하로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저성장 기조와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쟁 체계의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경쟁 참여자 수를 최대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취약해진 사회 곳곳의 경쟁 체계를 재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슈] 직장인 2명중 1명 "우리 회사에 낙하산 있어요"

"`백`으로 들어온 사람이 입사후에도 특혜" 84% 응답

◆ 위기의 계층사다리 ① / 매경·사람인 설문조사 ◆

#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한 박 모씨(29)는 신입사원 연수에서 자신이 '낙하산'임을 당당히 밝힌 입사 동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그가 소위 부모님 '백'으로 들어왔다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며 "동기 아버지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였는데 연수가 끝나니 너무나 당연하게 모두들 가고 싶어하는 '꿀보직'에 배치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들의 특징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무를 맡고 상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직장에도 흙수저와 금수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 국내 한 중견기업 2년 차 직장인 유 모씨(28)는 최근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사 인사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에 큰 회의감이 들어서다. 노골적으로 목격한 사례도 많다고 했다. 유씨는 "낙하산들은 대리라도 차장만 맡을 수 있는 팀장직을 꿰찬다""능력보다는 ''이 있거나 사내 정치를 잘하는 사람들이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있던 열정도 사라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 초년생들이 느끼는 취업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수저' '백'과 같은 단어들은 구직 당시는 물론 입사 이후에도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고위층 자제 중 인맥을 이용해 취업에 성공한 '낙하산'들을 실제 목격했으며 이들이 기업 곳곳에 퍼져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대부분은 낙하산들이 입사 이후에도 승진이나 업무 배치 등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대학 입시를 거쳐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운 좋게' 통과하더라도 모든 직장인들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크다. 또 이 같은 취업 불평등 현상이 사회 초년생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일경제 기획취재팀이 취업포털 '사람인'과 직장인 1264명을 대상으로 고위층 자녀의 입사 현황과 특혜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가운데 무려 84.6%(1069명)가 낙하산으로 입사한 직원이 실제 회사 생활에서도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진이나 인사평가, 업무 배치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반면 낙하산으로 들어온 직원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43.1%(293명)였고,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7.8%(53명)에 그쳐 낙하산들이 능력이 없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 중소기업을 퇴사한 사회 초년생 김 모씨(28)는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인정받는 동료가 있어 알고봤더니 회사 고위직 자제였다"면서 "입사 이후에도 특혜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전했다.

직장인 대부분은 특혜를 받아 입사한 이들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1.1%(416명)는 '낙하산으로 입사한 주변 동료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답했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답한 인원은 1.8%(12명)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5%(751명)는 서류-인·적성-면접으로 이뤄지는 대기업 공채시스템이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특히 47.2%(596명)는 임원 면접에서, 25.6%(324명)는 서류심사에서 '외부의 압력이 개입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인·적성검사나 필기시험의 경우 각각 1.8(23명), 0.9%(11명)만이 외부 압력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결국 '사람'은 믿을 수 없고 '시험'만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부모의 재력이나 능력이 직장 생활에서의 성공과 관련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이슈] 무너지는 중산층…한번 삐끗하면 재기조차 어렵다

집이나 상가 물려받아 임대수입 짭짤한 동료와 소득 격차커 절망감
중산층 소득증가율 뚝…올림픽후 20년간 150%, 금융위기후엔 겨우 6%

◆ 위기의 계층사다리 ① / 계층이동도 수저론 ◆

"4년제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가도 50세 전에 잘리는 직장인이 많은 요즘 세태를 감안하면 노후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롯데시네마 2층의 한 사업설명회장. 웬만한 샐러리맨들이 소파에 늘어져 있을 일요일 오후 5시인데도 300여 석 규모 설명회장은 강의를 들으러 온 수백 명의 수강생들로 열기가 후끈했다. 대부분 참가자는 30·40대 직장인들로 보였다. 이들이 모인 곳은 한 외국계 기업의 네트워크 마케팅(넓은 의미의 다단계 판매) 사업설명회장이었다.

숱하게 언론 보도에 나온 대로 '소비자'가 곧 '판매자'가 돼 회원을 끌어들이면 끌어들일수록 돈을 많이 버는 방식이다.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하정우 씨(가명·42)는 "주변 금수저 동료들은 상가나 오피스텔을 사서 벌써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며 "차장 승진에서 미끄러진 뒤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탓에 '투잡'이라도 뛰어볼 요량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장에 가장 많이 나온 연령층은 40대였다. 40대는 한국 중산층에 진입한 대표 연령대다. 돈도 백도 없는 중산층은 실직, 도산 등으로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투잡'이라도 뛰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최근 극심한 내수 불황 속에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벼랑에 몰린 중산층이 더 큰 파국을 맞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에서 광고 관련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A씨(60)는 지난달 고향인 밀양 초동면 한 단독주택에서 방화를 일으켜 자신과 노부모님 목숨까지 잃게 만들었다. 경찰은 도산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중산층의 몰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경제연구소 경제논집 최근호에 게재된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의 논문('소득·소비분배구조 변화의 정책적 함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소득 분포 구조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크게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 20년 동안 중상위권(5~7분위) 소득계층의 실질소득증가율이 149~153%로 전체 10분위 계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인 2008~2015년에는 같은 중상위권 소득증가율이 6~8%에 그쳐 하위계층(1~4분위) 11~14%보다 훨씬 낮았다. 금융위기 전에는 소득 증대를 통한 계층 신분 상승이 중산층에서 활발하게 나타난 반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복지를 위한 증세와 일자리 불안 등으로 중산층 삶이 오히려 더 팍팍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표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소득계층과 소득증가율 사이에 이처럼 중산층의 실질소득증가율이 하위 계층보다 떨어지는 이른바 '코끼리 곡선'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블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티대학원 교수가 2013년 제시한 곡선으로 1988~2008년 20년간 분위별 세계 소득분포와 실질소득증가율 사이에 마치 코끼리 옆 모습 같은 모양의 그래프가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밀라노비치 교수가 지구촌의 계층별 소득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과 같은 지구상의 중간 소득 그룹과 세계 가구소득 최상위 1% 그룹의 소득증가율은 60~80%로 크게 증가한 반면 세계 가구소득 상위 60~80% 분위에 속한 선진국 '중하위 계급'은 소득이 거의 늘지 않았다.

표 교수는 "최근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이 효과를 못 내는 것도 전통적으로 소비를 주도해온 중상위 소득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중상위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중산층 주도의 정치·경제적 이반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슈] "데이터 소유가 곧 권력…구글이 神이 되는 세상온다"

◆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에게 듣는다 (下)

지난해 출간한 신작 '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41)가 예언하는 미래는 '구글'이 신()이 된 세상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인간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예측하게 된다면 인간은 빅데이터의 결정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류가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종교에 종속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유발 하라리가 보내온 편지는 "신성한 권한을 갖게 될 귀중한 데이터를 구글과 바이두가 소유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식의 수수께끼를 연구하는 것이 인류의 숙제"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심지어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의 발달은 인류를 역사상 최초로 초인간과 평범한 인간으로 구분되는 '생체 계급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 당신은 데이터가 인간의 권위를 무너뜨린다고 했다. 어떻게 가능한가?

▷ 충분한 데이터와 컴퓨팅 성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알고리즘을 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권위는 나에게서 알고리즘으로 옮겨 간다. 알고리즘은 내 욕망을 이해하고, 내 결정을 예측하며, 나 대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일단은 책 구매 같은 간단한 것에서 시작된다. 20년 전에 사람들은 서점에서 통로를 거닐며 마음에 드는 책을 직감적으로 선택했다. 이제는 아마존을 사용한다. 아마존에 접속하면 메시지가 온다. 나는 당신이 과거에 좋아한 책과 비슷한 취향의 책을 가진 이들이 산 책을 알고 있다고.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아마존 킨들은 당신이 책의 어느 부분을 빨리 읽고 느리게 읽었는지 모니터할 수 있다.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및 생체 인식 센서로 업그레이드가 되면 어느 문장이 심박수 및 혈압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무엇이 당신을 웃고, 울고 화나게 하는지 책을 읽는 당신을 읽어낼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결혼같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조차도 알고리즘에 의지할 수 있다.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나는 아마존에 질문할 수 있다. '아마존, 존과 폴이 모두 나를 좋아하는데 선택이 너무 어려워 누구를 고르는 게 좋겠니?' 아마존은 대답할 것이다.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아. 데이트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원한다면 둘과 데이트할 때 누구에게 당신의 심장이 더 뛰는지도 알아. 당신뿐 아니라, 그들도 알고. 수십 년간의 통계를 바탕으로 할 때 87%의 확률로 존에게 더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해."

아마존은 완벽할 수 없다.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결국 삶의 가장 중요한 결정에 이런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 신작 '호모 데우스'에서 구글 신(神)의 위험을 경고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통제할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지구적인 규제가 필요할까?

▷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21세기에 데이터는 권력의 핵심이 된다. 민간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해선 안 된다.

특히 수백만 명의 인간에 관한 생체 인식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인류를 해킹하고 신체, 두뇌 및 정신을 조작하고 심지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창조와 파괴의 신성한 권한(divine powers)을 가지게 될 값을 매길 수 없이 귀중한 데이터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 나는 구글과 바이두가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될까?

만약 당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면 기술은 당신을 섬길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기술은 당신을 노예로 만들고, 당신의 의지를 지배할 것이다.

― 구글 신의 세상에서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일까?

▷ 우리는 지능보다는 의식(consciousness)을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뇌의 수십 억개 뉴런이 전하를 일으키는 것이 통증과 사랑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의 감각 같은 것이 어떻게 뇌의 전기적인 패턴으로부터 유래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의식을 연구할 때 우리는 의식의 신비를 부인하거나 또는 전통 종교의 교리를 맹목적으로 믿는 두 가지 극단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 과학자들이 의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영원한 영혼(eternal soul)'에 관한 기독교, 무슬림의 신화가 사실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원한 영혼'은 인간이 발명한 가상의 이야기이며, 허구의 이야기는 무지보다 더 나쁘다. 과학의 좋은 점은 과학자들이 무언가를 모를 때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나는 의식의 수수께끼를 연구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 앤젤리나 졸리는 의학의 빅데이터에 의존해 자신의 미래 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의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빅데이터 알고리즘과 생체 인식 센서는 의학 분야를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다. 아직도 수억 명의 빈곤층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수십 년 후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미국 대통령보다 더 나은 의료를 제공받을 것이다. 병원을 만들거나 수백만 명의 의사를 교육시킬 필요도 없다. AI 의사는 정글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어도 24시간 365일 몸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다. AI 의사는 암이 처음 발생하는 순간 발견해낼 것이다. 그것도 쉽고 저렴하게.

또한 의학은 개념적 혁명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20세기 의학은 병을 고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1세기 의학은 점진적인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부자와 빈자 사이에 새로운 큰 격차를 열어놓을 위험이 있다. 병자를 치유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평등주의적이다. 대조적으로 건강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소수를 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초인간(superhuman) 엘리트'와 하층의 일반적인 '호모 사피엔스'로 나뉠 수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적 불평등은 생물학적 불평등으로 바뀔 것이며,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차별화된 우수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최악은 우리가 새로운 의료 능력을 오용해 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실수로 다운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는 우리 외부의 세계를 통제하고 전체 행성을 개조했지만 지구 생태계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류의 실수가 생태계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미래의 인간은 신체와 두뇌를 통제하고 우리의 육체와 두뇌를 재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마음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변화는 우연히 전체 정신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위험도 있다.

― 당신은 여전히 인류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가?

▷ 매우 많다(Very much).

― '호모 데우스'를 기다리는 한국 독자에게 인사를 해달라.

▷ '사피엔스 : 인류의 역사'는 신과 돈, 평등과 자유에 관한 집단적 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정복했는지 설명했다.

'호모 데우스 : 내일의 간략한 역사'는 이러한 오래된 신화가 AI와 유전공학 같은 신기술과 결합될 때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야기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리 자신보다 우리의 정치적 취향을 더 잘 알게 되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복지국가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구인 시장에서 몰아내고 막대한 새로운 '쓸데없는 계급'을 만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슬람은 유전공학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기술이 아닌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낼 것인가?

He is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1976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스라엘 히브리대에 재직 중이다. 2009년과 2012년에 '인문학 분야 창의성과 독창성에 대한 폴론스키상'을 수상했다.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인 '사피엔스'는 30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호모 데우스'가 영미권에서 지난해 9월 출간됐다.

[특별 인터뷰] AI·생명공학 어떻게 쓸지가 인류의 가장 중요한 물음

◆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에게 듣는다 (上) ◆ 현자와의 대화였다. 지난해 연말 45일의 칩거를 마치고 돌아온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41)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었다. 종교적 주제부터 정치 이슈, 4차 산업혁명, 인류의 미래까지. 국내에서 20만부 이상 팔린 '사피엔스'(김영사)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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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동거는 잠실 재건축 `잠룡 3총사`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와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올림픽선수기자촌(이하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3개 아파트가 최근 재건축을 위한 초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건축 진행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때 지은 이 아파트는 작년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 기준을 넘어섰다. 전용면적 99~178㎡에 최고 18층, 모두 1356가구에 달하는 중대형 단지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붙어 있는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도 새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집행부를 구성하고 부진하던 재건축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같은 해 추진위를 만든 이 아파트는 2011년 안전진단 통과, 2015년 정비구역 지정 등의 절차를 밟아왔다. 추진위는 6~7월쯤 조합 창립총회를 열 수 있도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1년 완공한 단지로 전용면적 80~160㎡의 1842가구로 구성된 아파트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12월 회의를 열고 재건축준비위원회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놓고 입주자 사이에 의견이 갈리자 약 두 달간 의견을 취합했고, 이번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재건축 쪽으로 사업 방향을 확정했다. 5540가구, 연면적 76만㎡에 달하는 대단지로 내년 6월이 되면 재건축 연한을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이들 3개 아파트가 재건축 작업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경우 잠실 일대 부동산 시장에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잠실 지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엘스(잠실주공 1단지)와 리센츠(2단지), 트리지움(3단지), 레이크팰리스(4단지), 파크리오(시영) 등이 잇달아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며 큰 폭의 가격 상승세를 기록했다. 현재는 잠실주공 5단지와 미성·크로바아파트, 진주아파트(모두 조합설립인가 단계) 등이 재건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잠룡 3총사까지 움직일 경우 잠실동부터 신천동을 거쳐 방이동까지 거대한 새 아파트 벨트가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들 3개 아파트는 잠실 1세대 재건축이 끝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는 송파 지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인정받던 곳이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는 탄천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이전 및 신축과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직접적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입지로 평가받는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뒤에는 남한산성 주변의 등산로가 있고, 앞으로는 올림픽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녹지공간이 풍부하다.

작년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뛰면서 이들 단지도 가격이 상당 부분 올랐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99㎡ 평균 시세는 작년 1월 13억2500만원에서 올해 1월 15억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잠실우성 1·2·3차(전용 96㎡)는 9억6500만원에서 11억3000만원, 올림픽선수촌(전용 100㎡)은 9억2500만원에서 10억7000만원으로 상승했다.

물론 이들 아파트가 중대형 평수 중심인 데다 워낙 관리가 잘돼 온 아파트라 재건축 진행이 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은 변수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평형은 이미 내부를 리모델링해 잘 꾸며놓고 사는 분들이 많아 재건축 사업이 단기간에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아파트가 낡았다는 이유로 입지에 비해 저평가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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