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끔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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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밤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시즌2(이하 '윤식당2') 마지막화에서는 촬영지인 스페인 테네리페 섬 가라치코 마을에 사는 한 가족 손님의 대화가 소개됐습니다.

"한국이 가장 일 많이 하는 나라인가?"

"그리고 다음이…." "멕시코가 두 번째였어." "말도 안 돼." "일하는 게?" "한국이 1등이야."

그리고 이어진 말, "완전 끔찍해."

이후 딸은 부모에게 아래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인도에 있었던 내 (한국인) 동료는 여행하면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어.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런 식의 안식년을 가져. 그리고 돌아가서 세계적인 대기업에 들어가는 거지. 거기서 죽어라 일을 하고…."

그는 "대기업을 위해서 그렇게 일을 한다니… 물론 그 사람들은 우리와 관점이 다르겠지"라며 "대기업에 들어가서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일하는 거지, 그것도 평생 동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느끼기에는 다들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해. 그래서 나는 의아해 했어"라며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난 조금 일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를 원하거든. 하루에 내가 가진 시간 중에 10~15시간을 대기업을 위해서 일하는 건 싫어."

노동과 삶이 어우러지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꼬집은 이 대화는 방송 이튿날 누리꾼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j*****'는 "외국 사람들의 얘기가 틀리지 않아서 더 서글퍼지는…"이라고 안타까워했다.

'@h******'는 "근로시간 최장의 나라 한국! 공부도 일도 길다고 능률적인 것은 아닙니다"라고, '@F*****'는 "이걸 보면서 창피했다. (중략) 속상해도 솔직한 한국민의 이미지"라고 꼬집었다.

'@n******'는 "근로시간 더 단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들처럼 살지 못하는 걸까"라며 글을 이었다.

과연 프로그램에서 나온 저 이야기들이 사실일까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스페인의 가라치코 마을의 가족들은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데도 행복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까요?

1. 한국은 정말 가장 일 많이 하는 나라인가?


 

이는 틀렸습니다. ㅋㅋㅋ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멕시코가 세계 1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구요. ㅋㅋ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근로시간이 긴 나라에 속한다. OECD ‘2017 고용동향’을 보면, 한국의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았다. 멕시코에 이어 세계 2위다. 

근로시간 단축은 비단 해당 근로자의 ‘삶의 질’의 문제만이 아니라, 추가고용과 여가 확대로 인한 내수시장의 활성화 등 여러 반사적 기대효과도 포함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중핵적 기조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현재 연평균 약 2100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을 임기내 연 1800시간대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당사자간 합의가 있을 경우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2. 스페인은 어떻게 적게 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마주 앉은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각도를 배려한 벤치가 어디에나 있는 도시. 지면과 같은 높이의 저상 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도 손쉽게 탈 수 있다. 버스 안엔 휠체어와 유모차를 위한 공간이 있고, 허리 아픈 사람이 서서 기댈 곳도 있다.
 
'사는 곳에서 편하게 나이들 수 있도록'(Aging in place) 소리 없는 배려가 차곡차곡 쌓인 나라. 스페인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도시와 공동체는 무려 91개. 세계 1위다. 2017년 현재 WHO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는 세계 37개국 400개 도시가 회원이다. 

고령친화도시는 '사회적 노후 대비'가 된 곳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년. 스페인의 대표적 고령친화도시 바르셀로나에선 '살던 곳에서 활기차게 보내는 노년'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나.

'활기찬 노년'(Active aging)은 노인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노인 세대가 한국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면 스페인 노인들도 스페인 내전으로 공부할 기회를 상실한 세대다.

스페인 대학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노인들을 위해 문호를 개방했다. 김수영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연구단(SSK) 연구단장(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대학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열망이나 그리움을 반영한 공간이라 노인들에게는 더 의미가 큰 곳"이라며 "바르셀로나대학 내 경험자대학은 '있는 자원을 활용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활기찬 노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경험자대학'은 노인을 단지 나이든 존재로 보지 않고 그 경험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 문학과 언어, 교육 사회학, 심리학 등 노인 대상 과정을 신설했고, 학부생들의 수업에도 한 강좌당 5명 이하로 원하는 노인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 '세대 소통의 기회'로 활용했다. 노인들은 "대학생들과 수업하니 다시 젊어진 것 같아 좋다"고 했고, 학생들은 "노인들의 지적 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 노인들에게 배울 게 너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5~2016학년 기준 연간 수업료는 280유로(약 35만 3000원). 노인 누구나 부담 없이 공부를 할 수준으로 최상의 교육 과정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2011~2012학년 기준 스페인 40여 개 대학이 노인들을 위한 과정을 개설했고, 노인 학생 4만 72명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경험자대학의 수업을 참관하고, 대학 관계자 인터뷰도 진행했던 김 연구단장은 "경험자대학은 노인들이 세대 교류를 통해 '활기찬 노년'을 경험하고 사회 공헌 방안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SECOT(세콧·스페인 시니어 전문가 연대)은 기업 중역으로 은퇴한 시니어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사회 공헌을 하기 위해 1989년 조직한 비영리법인. 마드리드에서 처음 설립돼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22개 도시로 확산됐다. 스페인 전역 회원 수는 1200명. 바르셀로나에선 203명이 활동 중이다.

회원들은 창업·마케팅 컨설팅 등을 무급 자원봉사로 제공한다. 세콧은 엄격한 인터뷰를 통과한 사람만이 회원이 될 수 있다. 전직을 고려해 업무를 배당하고, 실전 강의를 나가기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 번의 모의 강의를 통과해야만 기업 강의를 할 수 있다. 김 연구단장은 "세콧 활동이 단순한 취미활동이나 소일거리가 아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세콧엔 대기업처럼 10개 부서가 있고, 각 부서는 더 나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주 전략 회의를 한다. 세콧 회원들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않고, 오히려 연간 30유로(약 3만 8000원)의 회비를 낸다. 그들은 진정한 사회공헌을 위해 늘 팽팽한 긴장감을 갖고 성실히 활동한다. SSK 문경주 전임연구원은 "세콧과 같은 은퇴자 활동은 미국, 프랑스에도 있다"며 "젊은 세대는 노인 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받고, 노인 세대는 젊은 세대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세콧은 활기찬 노년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마을 축제가 키운 공동체의 힘

스페인 정부는 정부 부처 내 독립 부서로 노인복지청을 두고 있다. 스페인 노인 복지의 중요도를 가늠할 수 있는 예다.

축제의 나라 스페인에선 연중 크고 작은 축제가 끊임없이 열린다. 마을 축제는 세대 교감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장이기도 하다. 200년 역사의 바르셀로나 그라시아구 축제는 '축제의 주인이 마을 주민'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축제.

그라시아구 축제는 마을 골목마다 축제골목위원회를 두고 축제 준비부터 진행까지 주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참여해 연중 축제 준비를 하고, 이 과정에서 참여와 자치, 배려와 연대가 돈독해진다. 연중 계속되는 축제 준비 과정에서 주민들은 매주 모임을 하고, 자치 교육을 받고, 노인 가구 지원을 하기도 한다.

버스 안 휠체어와 유모차 공간.

스페인 지역 노인 돌봄 시스템 라다스(RADARS·레이더를 뜻함)도 그라시아지구 약사회에서 출발했다. 마을 노인들이 자주 찾는 약국에 며칠 들르지 않으면 약사가 구청에 신고를 하는 형태로 시작된 것이다. 라다스는 마을 주민들이 지역 노인의 안전에 공동 책임을 지는 구조여서 구 단위로 4명의 계약직 공무원만 두고도 취약 계층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연구단장은 "그라시아구 축제와 라다스는 사는 곳에서 편안하게 나이드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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