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I

일상/도서리뷰|2018. 2. 2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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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제 연차를 내고 하루를 쉬었습니다. 오전에 조조영화를 한편보고 오후에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려고 가는데 점심시간이여서 그런지 많은 직장인들이 카페에 있더라구요. 평상시 주말에만 카페를 가다보니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가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연차기간에 읽은 책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중학생이였을까요? 조선왕조실록과 관련된 책을 본적이 있는데 솔직히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하지 못할 언어와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눈으로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강의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포인트를 기점으로 친절하고 흥미를 이끌 수 있도록 책을 썻더군요. 왜 설민석, 설민석하는지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책 내용"이였습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포인트,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 역사적 기술이 아닌 그 당시에 시대적 상황이나 개인과 연계되어 있는 수많은 상황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동안 우리가 역사에 무관심했던 것은 역사를 싫어하기 보다 단순하게 연도와 주요사건을 외우는 것을 시작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암기로만 역사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민석은 역사적 사실과 그 당시 시대상, 그리고 역사적 인물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인지에 대한 인간에 대한 고찰도 함께 다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히고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책은 총 517편으로 꽤 긴편이라 연차기간 동안에는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도서리뷰는 총 2편으로 구분해서 공유하려 합니다.

책속의 도끼

임금조차 볼 수 없었던, 가장 내밀한 기록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준 2,077책으로 이루어진 기록물입니다. 한 책의 두께가 1.7cm인데, 이것을 차례로 쫙 쌓아 올리면 무려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 양입니다. 전부 다 읽으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립니다. <조선왕조실록>은 만드는 과정에서 굉장한 정확성이 요구됩니다.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조선왕조실록이 지금도 의미를 갖는 까닭은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관한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는 그 당시 왕과 신하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인용됩니다. 사관의 날카로운 평가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실록을 읽는다는 것은 조선시대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을 군주의 역사라고 볼 수 있을가요? 아무리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라도, 절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가장 내밀한 기록이 바로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너무너무 보고 싶어 했던 세종대왕

"역대 임금으로서 비록 조정의 실록을 본 사람이 있더라도 본받을 일은 아닌가 합니다. 조종의 사기는 비록 당대는 아니나 편수한 신하는 지금도 모두 갖고 있는데, 만약 전하께서 실록을 보신다는 걸 알면 결코 마음이 편하지 못할 것이며, 신들 또한 이를 타당하지 못하다고 여깁니다"

<세종실록> 80권, 20년(1438) 3월 2일

사관(史官)의 주관적인 평가가 담겨있는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은 '편년체'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편년체는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는 역사기술을 말합니다. 편년체로 쓰인 역사서들은 <조선왕조실록>, <고려사절요>, <동국통감>이 있습니다. 이들은 '태조 1년 몇 월 며칠 무슨 일이 있었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등 그때그때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관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사관의 의견은 전혀 없는 설명문 형식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정의 동물인 사람이 썼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습니까?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사관의 해석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로 사극 드라마를 볼 때 갑자기 화면이 정지하면서 성우의 목소리가 등장하는거, 이게 바로 <실록>에 나와 있는 사관의 평을 대신 읽어주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즉, <조선왕조실록>은 기본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날짜별로 기록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관의 평 역시 담겨 있는 것입니다.

조선왕조

경기전 사고 <조선왕조실록>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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