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이병률

일상/도서리뷰|2018. 2. 1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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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보통의 존재", "언제들어도 좋은말" 때문에 산문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관심을 가지게 되니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도 많이 검색해보고 더 좋은 작품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이병률의 "끌림"이였습니다. 저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많은 분들을 통해 읽혀진 아주 유명한 책이더라구요. 헌데 이상하게 이석원의 산문집 보다는 와닿는 부분이 적었습니다.

이석원의 산문집은 정말 내 이야기 같고 쉽게 읽히는 반면 이병률의 "끌림"은 한번더 사색해서 이병률의 생각을 읽어내야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상황이나 감정이 달랐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생각보다 어렵게 어렵게 책을 읽었습니다. 굳이 나에게 와닿는 글귀를 탐색하면서 말이죠.

책속의 도끼....

# 내일과 다음 생 가운데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베트 속담이다.
이 속담은 티베트의 칼날 같은 8월의 쨍한 햇빛을 닮아 있다. 삶을 파고들 것만 같은 말이다.
내가 지금 걷는 이유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사랑해라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음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돡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된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꺄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난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누구나, 언제나 하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왜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으면서 사랑조차도 못하는가, 하고 자신을 못마땅해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흔한 것도 의무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서 당신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비의 맘보

넌,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칠판을 치우곤 하던 아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그건 당번들이 하면 되는 거였는데 넌 칠판을 지우고 그랬어.
아이들은 수군댔지만 난 그런 너를 싫어하지 않았지. 아냐.....난 그런 너를 좋아했었어.

난, 너한테 그렇게 물었지.
"너, 칠판 지우는 일 힘들면 나한테 말해, 내가 지워줄 수도 있어."
그랬더니 넌 이렇게 말했어
"안 힘들어, 그 많은 글씨들을 다 지우고 나면 얼마나 속이 시원한데"
"왜, 뭐가 그렇게 답답한데?"
"그냥 다......그냥 다......."
아프지 마. 아프더라도 10분만 세게 아프고 말아. 네가 그 아픔을 남에게 전가하려 든다면 그 사람도 아플 거거든.
그가 조금도 아프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자기 아픔을 다 쏟아놓지는 마.
그럼 애초 앓던 그 사람 아픔은 숨이 막혀 곱절이 돼버리거든.

#눈 사람 아이

넌 다 알고 있었어. 눈 때문에 오늘은 어떤 비행기도 착륙하지 못했고, 그 어떤 비행기도 이륙하지 못했다는 걸
넌 친구를 마중 나왔는데 탑승자 명단을 확인했더니 아예 친구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고 했고
친구가 탔을 거라 생각했던 비행기조차 나고야로 회항했다고 말했어.
넌 그 친구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고
난 이상하게 그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를 질투하기 시작했지.
그래, 넌 네가 좋아하는 모든 걸 말해버리는 순간,
누구나 그 대상을 질투하게 만들어버리는 이상한 매력을 가진 아이였지.

넌 눈이 좋아도 했어. 눈이 매일 저렇게 내린다면 눈이 지겨울 것만 같은데
자긴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눈이 싫어본 적도, 귀찮아본 적도 없다고 했어.
너와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는 내내 난 돌아갈 날짜를 늦출까 생각했어.
만약 내일도 눈이 미친 듯이 내려 내가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으면 하고 바랐어.
물론 말은 안 했지만 이 모든 게, 이상한 너 때문이었어.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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