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8 경제기사 공부하기
[이슈] "한국사회 위기서 탈출하려면 소통 늘리고 노동시간 줄여야"
제프리 색스 美컬럼비아대 교수 지속가능발전 세미나서
"신뢰할 수 없는 정부,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과 심각한 청년실업 등이 한국을 제약하고 있다. 소득·교육 불평등 해소, 미세먼지 해결, 양성 평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 '지속가능 발전목표(SDG)'를 기준으로 한국인의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 발전 현황과 목표: SDG에 의한 평가'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도구로서의 SDG의 역할을 강조했다.
1987년 유엔환경개발위원회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속가능발전' 개념은 2000년 9월 유엔총회 정상회의에서 '새천년개발목표(MDG)'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국가들의 공통의제로 채택됐다.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합의된 SDG는 MDG의 후속탄이다. MDG가 '절대빈곤'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17개 의제와 169개 대상영역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SDG는 환경, 인권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2030년까지 사회 변혁을 이루는 게 목표다.
그동안 최빈국의 정책목표 정도로만 폄하해 왔던 '지속가능발전' 개념과 관련해 색스 교수는 "한국도 SDG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찾고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규제 체제와 같은 제도 정립, 소득·교육 불평등 해소, 미세먼지를 비롯한 도시 환경문제 해결, 양성평등, 사회안전망 확충, 성장과 좋은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 회복과 같은 SDG의 주요 이행 목표는 한국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설명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양수길 유엔 한국 SDSN 대표는 붕괴된 국가 시스템을 되살리기 위해 SDG를 '좋은 거버넌스' 모델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SDG를 새로운 국정운영 체제로 정립하고 소프트파워를 확보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국가 비전과 정책에 반영하고, 국민이 정책 이행을 감시하는 상향식 협치제제가 새로운 거버넌스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한계에 달한 하향식 통치모델과 성장방식, 부의 편재와 불평등,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정치불안이라는 최악 상황에 처한 한국에 있어 SDG야말로 적합한 액션플랜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LI·Better Life Index)'를 보면 한국은 공동체 의식, 환경, 일·가정 양립, 건강 의식,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인용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한국의 SDG 수준은 분석 결과 OECD 38개국 중 28위로 처져 있다"며 "미래에 대한 암울한 인식과 공동체의 취약함, 정부와 기업에 대한 불신이 주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정책에 대한 협의·소통(39위)'을 비롯해 거버넌스(27위), 정부 책임성(29위) 등이 한국의 SDG 수준을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대표는 "결국 사회 변혁을 위한 제도적 틀로서 SDG양 대표는 "결국 사회 변혁을 위한 제도적 틀로서 SDG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결국 정부의 책임성과 국민과의 소통 확대가 그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시진핑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갇히는것"
시진핑, 다보스 개막식서 트럼프노믹스 비판…"中은 시장개방 확대하겠다"
◆ 다보스포럼 ◆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
17일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스키휴양지 다보스를 찾아 개막식 기조연설을 한 시진핑 주석은 예상했던 것처럼 강하게 보호무역주의와 반세계화 세력을 질타했다.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반세계화 포퓰리즘 정치인에 대한 경고 메시지는 명확했다. 시 주석이 기조연설을 한 다보스 콩그레스홀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시 주석이 자유무역 리더를 자처하는 기조연설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시 주석은 보호무역을 어두운 방으로 비유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를 위험스러운 것으로 간주해 어두운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지적했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겠지만 빛과 숨 쉴 수 있는 공기도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무역전쟁에서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려는 시도에 경고사인을 보냈다. 반중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내정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중 간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승리로 연결된 반세계화 확산에 대해 시 주석은 경제적 세계화(Economic Globaliz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자유무역 가치를 주창했다. 시 주석은 "경제적 세계화가 위험스러운 판도라 상자로 간주되고 있지만 글로벌 문제에 대한 책임을 경제적 세계화에 물어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 문제는 세계화 때문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과도한 이익 추구와 감독 실패 때문에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경제적 세계화가 전 세계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며 "그 혜택을 모든 국가로 파급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용적 세계화(Inclusive Globalization)를 확산시키자는 주문이다. 반면 포퓰리즘적인 정책 접근은 전쟁과 빈곤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시장 문호를 항상 열어둘 것"이라며 "다른 나라도 중국에 공평하게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놓고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글로벌 시장 편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고 글로벌 시장이라는 큰 바다를 헤엄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익사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중국은 용감하게 세계 시장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英 `하드 브렉시트` 선언
메이 총리 로드맵 공개…EU시장·관세동맹 탈퇴
메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행한 브렉시트 중대 연설에서 EU를 '깔끔하게 떠나겠다(clean break)'는 취지의 구체적인 EU 탈퇴 계획을 제시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EU 단일시장 안에 남아 있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을 이탈해서 EU와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하면서도 EU와의 FTA 체결 등 시장친화적 정책을 표명함에 따라 파운드화 가치는 급반등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전날보다 2.2% 상승해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10시 30분 현재 파운드 1.2314달러를 기록했다.
[경제] 소득은 제자리…장바구니물가는 급등…차례상은 수입산으로
1년새 쇠고기 14%↑ 생선·채소·과일 6.5%↑ 소주 11%↑
버스·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 `들썩`…체감경기 4년來 최악
김영란법 여파 소비 위축…백화점 설선물 매출 10% 감소
◆ 설특수 실종·물가 비상 ◆
설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체감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물건을 파는 쪽도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 탓에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명절 특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유통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우 불고기 100g은 평균 461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3%, 평년보다는 34.8% 올랐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도 국산 쇠고기값은 14.6% 뛰었고,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9~12월 6~9% 오르며 전체 물가상승률(1%)을 압도하고 있다. 생선·채소·과일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도 2016년 6.5% 상승해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
외식 가격 역시 급등하며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했다. 2015년 말부터 하이트진로 등 제조업체들이 출고가를 인상해 소주 가격은 작년 11.7% 상승했다. 밖에서 사먹는 김밥 가격은 작년에 4.7% 올랐다.
공공요금도 전국적으로 오를 태세다.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30일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을 교통카드 기준으로 일반 150원, 청소년 80원 인상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도 다음달부터 경전철 요금을 200원 올리고, 부산도시철도 요금은 100원 올릴 예정이다.
일상생활에서 가격이 내리는 건 거의 없지만 가계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44만543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계금융·복지조사로 확인된 가처분소득 증가율도 2.4%에 불과해 돈을 쓸 여력이 생기지 않는 실정이다.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없다 보니 소비심리도 자연히 냉각됐다.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4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1000여 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 8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RBSI가 9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분기(87) 이후 처음으로 2014년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RBSI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임재국 대한상의 팀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작년 9월 시행된 이후 첫 명절을 맞은 유통업계에서는 설 특수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태별로는 백화점·슈퍼마켓·대형마트·편의점 등 소비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유통업체들 모두가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반면 인터넷쇼핑과 홈쇼핑 등은 그나마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해 대조를 이뤘다. 우울한 전망처럼 절반 이상(50.2%)의 유통업체들은 1분기 위험 요인으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부진'을 꼽았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설 선물 판매량은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의 최대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부진하다. 5만원을 넘는 제품의 인기가 시들고 5만원 미만 제품에만 관심이 쏠려 유통업계는 울상을 짓는 분위기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한 9일 이후 첫 주말인 15일까지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지난해 설 명절 같은 기간보다 평균 10.1% 하락했다. 5만원을 넘는 제품으로 구성된 정육 선물세트는 12.3% 떨어져 가장 부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12~15일 판매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 낮아져 역신장 공포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물세트를 대거 내놓은 대형마트로 수요가 쏠렸다. 이마트는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액이 7.3% 증가했다.
하지만 5만원을 넘지 않는 제품 판매량만 17%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5만원 이상 제품의 판매량은 -19%를 기록했다.
일부 백화점이 5만원을 넘지 않는 수입산 선물세트 제품을 대거 매대에 진열한 결과 실제 판매된 명절선물 제품의 수입산 비중이 작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작년 7~8% 수준이었던 설 명절 선물의 수입산 제품 비중이 올해는 15%까지 늘어났다. 설에 김영란법 영향으로 국내산 농가의 농축산물이 외면받고 엉뚱하게 수입산 제품만 호황기를 맞은 격이다.
[경제] 체감물가는 뛰는데 물가지수는 1% 왜?
저유가로 전기·가스료↓…460개품목 평균 착시효과
1인가구 물가지표 추진
배추 가격이 지난해 69.6% 오르는 등 체감물가는 급등했지만 지난해 전체 물가상승률은 1%에 그쳤다. '정부의 공식 발표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국민의 시선이 확산하는 가운데 공식 물가 작성·발표 기관인 통계청은 두 가지 이유로 이 차이를 설명한다.
우선 조사 방식이다. 전체 물가를 결정하는 대상 품목은 460개다. 농·축·수산물부터 의류, 전기요금까지 일상생활을 망라하는 다양한 품목이 해당된다. 개별 상품·서비스마다 가중치가 매겨져 있어서 특정 품목의 등락폭이 크더라도 전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17일 "구입 횟수가 잦지 않은 자동차나 대형 가전제품까지 포함한 460개 품목을 합산해 평균을 내면 체감하는 것보다는 물가가 덜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국제유가다. 생산 비용과 직결되는 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움직이면서 '유가가 물가를 억누르는 현상'이 계속됐다. 지난해 말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한 후로 유가가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가장 비쌀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전기·수도·가스는 지난해 마이너스 물가상승률(-9.2%)을 기록했다.
'공식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 정부는 가구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물가지표'를 만들기로 했다. 통계청은 지난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2017년 주요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1인 가구와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소비·지출 패턴에 맞는 물가보조지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금융] 작년 부동산증여 사상 최대…"상속 전에 미리 주고받아 세금 아끼자"
10년새 40%↑ 27만건…상가·오피스 크게 늘어
이 같은 현상은 절세, 집값 상승, 노년층 인구 증가 등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상속과 증여는 누진세율이 동일하지만 상속세는 주는 사람 기준이고, 증여세는 받는 사람 기준이어서 여러 사람에게 재산을 나눠줄 경우 증여세 부담이 상속세 부담보다 작다. 문진혁 우리은행 세무사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선 조금이라도 먼저 물려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특히 12월에 증여가 몰렸다. 증여신고세액 공제율이 작년 10%에서 올해 7%로 감소해 증여세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서둘러 소유권 이전 등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화로 인해 재산을 물려줘야 하는 인구 자체가 증가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1995년 증여·상속 시장이 급팽창할 당시 65세 이상 노년층 비중이 15%를 넘겼는데 2017년 한국 노년층 비중이 이와 비슷해진다.
하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년층 비중이 14%에 달하는 지난해 상속 자산 규모는 약 89조원으로 추산되고, 노년층 비중이 20%를 넘는 2020년에는 108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년보다 증여가 가장 큰 폭 증가한 부문은 상가·업무용 건물 등 비주거용 부동산이었다. 지난해 비주거용 부동산 증여는 총 1만5611건으로 전년(1만3400건)보다 16.5% 증가했다.
주택 증여는 총 8만957건으로 전년 대비 10.7% 늘었다. 수도권 증여가 총 3만4575건으로 전체 주택 증여 중 42.7%를 차지했다. 지난해 서울·신도시 등지의 주택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증여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현실외면 장기전세 `시프트의 딜레마`
강남서 싼 전세 공급한다더니…수백채 빈집에 미달까지
1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주자 모집공고에 들어간 강남 장기전세주택 물량 중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가 64가구 공급에 50가구만 신청해 미달됐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20% 저렴한 전세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다.
특히 장기전세주택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싸게 장기 거주할 수 있는 '로또 전세'로 알려지면서 전문 브로커까지 동원돼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청약 자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전세금 때문에 강남권에서는 세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2~3년간 강남 재건축 물량과 함께 장기전세주택도 추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의 대규모 미달 사태도 우려된다.
이번에 장기전세주택 모집에서 미달이 발생한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잠원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최고 35층 총 7개동 843가구 단지다. 3호선 잠원역에 위치한 인기 역세권 아파트로 일반분양 물량 126가구는 2013년 분양 당시 25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해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5억원에 거래됐고 같은 평형의 전세금은 8억5000만~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단지 장기전세주택 물량 81가구 중 64가구가 지금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신청 자격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근 송학부동산 관계자는 "반포·잠원 지역 새 아파트 전세에 비하면 비싼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도 "장기전세주택 요건에 맞추면서 이 돈을 내고 살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미입주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래미안신반포팰리스의 장기전세주택 물량은 지난해 4월에 이어 11월 입주자 모집에도 미달이 발생해 다음 공모가 예상되는 올 4월까지 최소 14가구가 1년 가까이 빈집으로 방치될 운명이다. 한 채에 10억원만 잡아도 이 단지에서만 15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공실로 비어 있게 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모집공고에 나선 장기전세주택 1772가구 중 한 차례 이상 미계약된 물량은 강남권에서만 112가구에 달해 시가 1000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가 미입주 상태로 남게 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입주 물량에 대한 관리비도 고스란히 서울주택도시공사의 몫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돈 들여서 확보한 장기전세주택을 공실로 비워 놓으면 손해"라면서 "1·2차 모집에서 입주자를 모집하지 못했으면 반포 잠원 지역 특성을 감안해 입주자 재산 조건을 완화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역삼동 역삼자이도 2015년 11월, 2016년 4월에 이어 삼수 끝에 지난해 11월 모집에서 순위 내 청약 마감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지난해 4월 모집 후 재모집해 11월 모집에는 29가구 공급에 34명이 신청해 겨우 미달을 모면했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순위 내 청약 마감했지만 계약 포기나 부적격자가 나올 수 있어 오는 3월 실제 계약 이후 미달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재건축 물량 중 올해 4월에는 서초삼호1차를 재건축한 서초푸르지오써밋(63가구), 10월에는 서초 우성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서초에스티지S(91가구)가 기존 미계약분과 함께 장기전세주택으로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장기전세주택 운용이 다소 버겁다는 표정이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세금이 고스란히 공사의 부채로 잡혀 정작 기관평가에서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대규모 공실에 따른 관리비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신청 자격을 완화하는 등 서울시와 함께 장기전세주택 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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