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손에 잡히는 경제 : 손실회피심리

일상/다양한이야기|2017. 10. 1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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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이어트 때문에 퇴근하면 바로 10km 조깅을 한다. 아직 초반이라 1시간이라는 장시간을 뛰어야 한다. 게다가 한강이나 천변을 뛰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트랙을 '뱅뱅' 돌아야 하기 때문에 무지하게 지루하다. 이에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주로 듣고 있다. 들은지 한참되어서 현재 7월 부분을 듣고 있는데 방송시간대가 변경되 기존 30분이였던 러닝타임에서 약 40~50분으로 연장된 것 같아 조깅시간과 매칭되 시간 조절하는데도 적합하다.

몇일 전에는 돈은 다 같은 돈이 아니라 제목이 존재하며 각 제목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취급 한다는  심성회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었는데 연장선상에 있는 행동경제학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은 행동경제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손실회피심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 심성회계 : 인간은 생각보다 비정상적이다. [여기]

행동경제학이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경제학과 심리학은 서로를 반목해왔다. 심리학자들은 지속적으로 경제학의 출발점인 합리적 행위자들이라는 가정을 문제 삼았고, 경제학자들은 이런 지적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현실의 인간을 보라. 이들은 당신들이 가정하는 만큼 합리적이지 않다”는 심리학의 메시지는 날카로웠지만, 경제학의 단단한 성채를 뚫지는 못했다. 경제학이 수학적 엄밀함에만 치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이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좀더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두 학문이 바라보는 곳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이 등장하기 이전, (행동경제학이 아닌) 경제학의 기본적인 관점은 이랬다. 경제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하면 그것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혹은 정부나 여타 제도적 요인이 잘 기능하지 못해서라고. 그리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든 국가든 그 제도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제학자들은 생각했다. 경제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어떤 동기를 갖고 움직이더라도” 그로부터 영향받지 않고 잘 굴러가는 제도를 찾고자 노력했고, 시장이 바로 그러한 제도임을 증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엄격한 가정하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따라서만 행동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최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이고자 했다. 그런데 이때 필요한 엄격한 가정들이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으면 당연히 시장도 최적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을 것이기에(이를 시장의 실패라 부른다) 그러한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시장 외적 제도에 주목했다. 외부성이 있을 때 조세를 통해 교정해야 하는지, 소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독점이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면 가격규제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혹은 독점의 형성을 막기 위해 어떤 법적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시장이 실패할 때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이며, 어떻게 제도를 짜야 하는지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기가 바로 1980년대였고, 이러한 노력은 이른바 ‘신제도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열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분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제도의 실패를 논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논할 때 경제학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불변이며 일관된 선호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저 합리적 의사결정자들이었다. 비합리성은 있더라도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경쟁 속에서 비합리성은 학습되고 교정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안정된 선호를 가지고, 제도가 부여하는 인센티브에 따라 적절히 반응하는 존재이면 충분했고, 그 외 심리적 요인들은 오히려 논의의 초점을 흐리는 것으로 여겨져 배제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치부됐다. 이처럼 경제학은 의사결정자들의 다양한 동기와 편향을 연구하는 심리학과는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중요한 것은 제도다라고 말할 때, 중요한 것은 선호다라고 말한 일군의 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행동경제학자라고 불렀다. 이들은 경제에서 어떤 비효율성이 보이면, 그 원인을 시장의 실패나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말하자면 선호의 실패, 즉 경제주체들의 비합리성에서 찾았다. 이들은 그동안 심리학 분야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증거들을 본격적으로 경제학으로 가져오기 시작했고, 이를 체계화하고 범주화했으며, 현실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이 제도가 아니라 의사결정자들의 비합리성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논의는 풍부해졌고, 현실의 사례들과 데이터가 축적되어 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선두에 있었다.

그는 1980년대 초부터 심리학 분야에서 그리고 경제학 내부에서 파편적으로 진행되었던 행동연구 성과들을 정리해냈고, 그 결과를 <저널 오브 이코노믹 퍼스펙티브>라는 학술지에 ‘이상현상들’이라는 특집을 통해 하나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인 로빈 도스와 함께 이타성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대니얼 카너먼과는 초기부존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썼으며,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와는 금융시장에서 의사결정자들이 보이는 행태들에 대한 논문을 썼다. 수년에 걸쳐 이 특집에는 십여편의 논문이 실렸고, 행동경제학에서 다루는 거의 대부분의 주제들이 소개되었다. 이 특집을 계기로 행동경제학의 목소리가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출처]

손실회피심리란?

세일러 교수는 1980년 박사학위 논문을 쓸 당시부터 손실회피라는 현상에 주목했다. 손실회피란 이득보다 손실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동일한 크기의 위험에 대해서, 위험을 없애는 방향으로의 변화(즉, 이득)보다 위험을 떠안는 방향으로의 변화(즉, 손실)를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가 박사 논문에서 사용한 사례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0.001의 확률로 치사율 100%의 희귀병에 걸릴 위험이 있을 때 이 병을 완벽히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사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고 나서 또 다른 경우를 들어, 지금은 건강한 상태인데 0.001의 확률로 죽을 수도 있는 의학 실험에 참가를 권유받는다면 이 실험에 참가하기 위해 최소한 얼마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같은 크기의 위험인데도 전자와 같이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의 변화보다 후자처럼 손실이 발생하는 방향으로의 변화에 대해 사람들은 두 배가 넘는 가격을 불렀다. 즉, 같은 크기라도 이득보다 손실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선택에서 이러한 손실회피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며,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비효율성을 낳는지를 보고자 연구를 진척시켰다.

세일러 교수는 손실회피 현상이 다양한 거래와 의사결정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대니얼 카너먼과 잭 네치와 함께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머그잔을 무작위로 나눠준 뒤 머그잔을 받은 사람에게는 그것을 포기하기 위해 얼마를 받아야 하냐고 묻고, 머그잔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것을 얻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이들은 전자에게서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작위적으로 나눠준 것인데, 사람들은 머그잔을 갖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그 머그잔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긴 것이다. 이들은 이를 손실회피의 한 형태로 해석했다. 그 물건을 남에게 판매함으로써 그 물건을 포기해야 할 때의 상실감이 머그잔을 얻었을 때 생기는 만족감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사람들이 어떤 재화에 부여했던 가치보다 그 재화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더 큰 가치를 매기기 시작한다면 그만큼 거래는 위축될 것이고, 그만큼 시장은 잘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다.

손실회피 편향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옮길 기회가 왔을 때 막상 옮기기를 주저하게 만드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옮겼을 때 얻게 되는 기대이득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효율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텐데, 옮기는 게 정말 유리하고 그래야 할 때조차 옮기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세일러는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해나갈 때 흔히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래의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합리적 계획자처럼 행동한다. 10일째 되는 날 담배를 끊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기 위해 미래 10일째 되는 날과 11일째 되는 날을 비교할 것이다. 10일째 되는 날 엄청나게 괴로울 것이지만 그 괴로움은 11일째 되는 날(그리고 그 이후) 얻게 되는 건강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 계획자의 입장에서 10일째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할 것이다. 하지만 10일이 지나 실제로 오늘이 담배를 끊어야 하는 그날이 되었다고 하자. 이제 우리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실행자 입장에 서게 되는데, 실행자가 비교해야 하는 것은 10일째와 11일째가 아니라 당장 오늘과 내일이다.

그런데 실행자의 입장에 서보니 모든 게 반대로 보인다. 지금 당장 담배를 피우지 않음으로써 얻게 될 괴로움은 내일 얻게 될 건강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똑같이 하루를 사이에 두고 두 사건을 비교하는데(담배와 건강), 멀리 봤을 때는 건강이 중요했는데 지금 보니까 담배가 중요하게 보이는 것이다. 둘 다 하루를 사이에 두고 비교한 것인데도 10일째와 11일째를 비교할 때와 오늘과 내일을 비교할 때가 다르다는 것, 똑같은 하루 차이인데도 당장 눈앞의 차이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우리가 “계획자”의 입장에 서 있을 때는 합리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래서 10일째와 11일째를 적절히 비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행자”로서 당장의 실천을 앞두고는 눈앞의 이득과 손실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세일러에 따르면, 새해 계획이 번번이 실패하고, 시험 준비와 보고서 작성은 벼락치기를 면치 못하며, 비싼 대신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기비를 아낄 수 있는 제품은 그 경제성에 비해 잘 팔리지 않고, 금연도 다이어트도 노년을 대비한 저축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계획자와 실행자의 갈등에서 번번이 실행자가 이기기 때문이다  [출처]

내가 생각하는 손실회피심리 사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있다. 풀이해보면 손실회피심리를 단적으로 잘 설명하는 속담 일 것 같다. 사촌이 땅을 사는데 있어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나에게 돈을 빌려서 땅을 산것도 아니고, 내가 그 땅을 사고자 했던 것도 아닌데 단지 사촌이 땅을 샀다고 해서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남과 비교했을 때 손실을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손실이 아니지만 사촌과 나를 비교대상으로 보았을 때는 손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다룬 주제는 행동경제학에서의 <손실회피심리>이다. 앞서 다양한 사례가 이미 언급되었지만 내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마무리 하려고 한다.  내 일상에서의 손실회피심리는 지금 다이어트 하는 것과도 연관지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들면 다이어트를 위해 냉장고에 이상적인 사진을 붙인다고 생각해보자. 두가지의 사진이 있다. 하나는 다이어트를 성공하고(이익) 나서의 멋진 모습이 담긴 사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이어트에 실패(손실) 했을 때의 뚱뚱한 사진을 붙여놓는다고 했을때 성공확률이 어느 부분이 높을까? 바로 다이어트에 실패 했을 때의 사진이다. 즉, 인간은 자신이 손실을 보는 경우를 가장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익적인 부분보다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실회피심리는 경제활동속에서 그리고 우리 일상생활속에 뿌리 깊에 퍼져있다. 난 적어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할 때 이것이 맞고, 틀리다가 아니라 이와 같은 이론에 기반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그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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