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으려 안간힘이다. 세금을 올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도권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 공급 확대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정부 정책의 효과가 달라지겠지만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회의감은 토론토대학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인 리처드 플로리다의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를 읽고 생겼다. 이 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 여름 옥탑방에서 지낼 때 읽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플로리다는 이 책에서 극소수의 대도시가 인재와 돈을 끌어들이며 지역간, 계층간 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상을 새로운 도시위기로 정의한다.
플로리다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집값 상승은 정부가 인식하는 것처럼 투기세력 때문이 아니다.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증세와 대출 규제가 집값을 잡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증세와 대출 규제는 중산층의 무리한 주택 구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플로리다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 집값은 오르는게 당연하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서울은 세계 8위의 슈퍼스타 도시다= 플로리다의 연구팀은 △경제생산에 근거한 경제력 △금융 및 투자산업과 관련한 금융력 △기업활동과 인재, 다른 글로벌 도시와 비교한 경쟁력에 기반한 글로벌 경쟁력 △삶의 질 등을 종합해 슈퍼스타 도시 점수를 산출했다. 이 결과 서울은 뉴욕, 런던, 도쿄, 홍콩, 파리, 싱가포르, LA에 이어 8위에 올랐다.
슈퍼스타 도시의 지배적인 위치는 부동산 가격으로 드러난다. 예컨대 뉴욕 소호지역의 중위가격 주택 한 채면 라스베가스에서 18채, 애틀랜타에서 23채, 디트로이트에서 29채를 살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가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었다. 뉴욕과 미국 다른 도시간 집값 격차, 슈퍼스타 도시 8위인 서울과 다른 슈퍼스타 도시와 집값 차이를 감안하면 서울 집값은 안 오르는게 더 이상하다.
둘째, 서울에는 부자들이 많이 산다= 서울은 30명에 가까운 억만장자가 사는 세계 11위의 억만장자 도시다. 3000만달러(약 330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천만장자의 수도 1000명이 훌쩍 넘는다. 물론 소수의 슈퍼리치들이 집값 상승을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 슈퍼리치가 많이 산다는 점은 정부의 인위적인 노력으로 집값을 잡는게 가능한지 의문을 갖게 한다.
셋째, 사람들이 서울로 모인다= 결국 많은 수요가 서울 집값을 뛰게 만든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서울을 비롯한 슈퍼스타 도시로 모이는 것일까. 우선 첨단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이 대도시로 몰린다. 과거의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제조회사였으나 현재의 스타트업은 디지털, 소셜미디어, 게임, 창의적인 애플리케이션 등과 관련이 있다. 이런 기업은 디자이너, 작곡가, 시나리오 작가, 카피라이터, 마케터 등과 협업이 중요한데 이들은 도시에 모여 있다.
패션, 엔터테인먼트, 문화 분야 종사자들이 대도시에 사는 이유는 박물관, 음악당, 도서관 등의 문화시설과 함께 감각적인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많고 자기와 같은 부류의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도시는 스타트업과 문화 창조계층이 원하는 다양한 문화와 활기찬 거리, 새로운 사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제공한다, 도시에 녹지 조성이 활발하다는 점도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려는 이유다. 공원이 많아지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개발을 억제하면서 도시에 교외적인 특징이 가미됐다는 점도 현대 슈퍼스타 도시의 매력이다.
대중교통 시설이 뛰어나다는 점도 대도시로 인재가 몰리는 이유다. 2013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벤처자본의 4분의 1 이상이 도보와 자전거, 대중교통을 통해 출퇴근하는 노동자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에 투자됐다. 대중교통이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인구밀도가 높다는 뜻인데 첨단기술 스타트업 증가와 벤처자본 유치에서 인구밀도는 고학력 인재의 집중이나 창조계층의 집중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넷째, 도시 집중화에 따른 집값 상승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서울을 비롯한 세계 55개 대도시는 거주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7%에 불과하지만 세계 경제생산량의 약 3분의 2, 혁신의 85%를 만들어낸다. 이런 점에서 플로리다는 현대 자본주의를 지식기반 자본주의가 아니라 도시화 지식기반 자본주의로 부르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대도시에 경제력과 인재, 편의시설이 집중되며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사람들은 그들의 자녀가 그런 도시에 진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 하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집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다. ‘똑똑한 한 채’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면 도시 집중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플로리다는 “사람들이 기업과 일자리를 쫓아간다는 전통적인 사고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기업이 오히려 필요한 인재를 쫓아간다고 지적했다. 기업을 분산시키는 것은 오히려 인재 확보에 실패하고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해법은 사람들이 몰리는 도시의 개발제한을 풀어 공급을 확대하되 임대주택 공급을 함께 늘리는 것이라고 플로리다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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