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The Spy Gone North, 2018

일상/영화리뷰|2018. 8. 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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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키마인드입니다.

이번 주말 부모님댁에 방문하면서 부모님과 조카와 함께 영화 [공작]을 관람했습니다. 조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같이 관람을 해도 되는지 걱정스러웠는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아이가 관람할 만한 영화가 아니였습니다. 예상은 어느정도 했었지만 워낙 조카가 함께 따라가겠다고 해서 억지로 데려왔던 것인데 결국 저도 조카에게 별 다르게 할 말이 없고 조카 또한 재미없게 약 2시간을 이리저리 몸을 베베 꼬며 관람을 하고 나왔습니다. (애당초 부터 저 혼자 보거나 하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영화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이 꼭 보자가 하셔서 관람한 영화였습니다. )

우선 전체적인 관람평을 말하자면 "색다른 스타일의 영화"였다 입니다. 흔히 공작이라고 하면 액션신이나 다양한 첨단 장치들을 활용한 영화라고 판단하기 쉬운데 영화 [공작]은 그런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였습니다. '공작'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어떤 목적을 위하여 미리 일을 꾸밈." 즉, 명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일들을 꾸미는 일을 의미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관계에사 이와 같은 '공작'이 없었다는 것이 사실 의아했었는데 이번 영화를 보고 나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과 북과 남의 관계가 어떤식으로 흘러갔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ㅣ 영화 공작 스토리

북으로 간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

한국 영화 최초의 본격 첩보극 <공작>!
 
2차대전 종전 후 미국과 소련을 양대 축으로 한 동서 냉전은 1989년 베를린 장벽붕괴를 시작으로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로 이어지는 90년대 초반에 종언을 고했다. 그리고 서구의 냉전시대는 걸작 스파이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같은 민족끼리 남과 북으로 분단된 지구상에서 유일한 냉전 국가임에도 본격 첩보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남으로 내려온 북의 공작원, 일명 남파 간첩이 소재가 된 적은 있었으나, 북으로 잠입한 남측의 스파이를 본격적으로 그린 영화 또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작>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처음으로 그리는 한국 영화다. <공작>의 타임라인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남북 관계가 북핵 이슈로 전쟁 직전의 긴장감으로 치달아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였던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대북 스파이 ‘흑금성’의 첩보전을 통해 남과 북 사이에 있었던 긴장감과 더불어 같은 민족이기에 오갈 수밖에 없었던 미묘한 교감들을 영화는 폭넓게 그려내고 있다.

ㅣ 공작의 특징

 

 

# 액션을 배제한 밀도 있는 ‘구강 액션’

첩보 영화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총격전과 카체이싱이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은 ‘구강 액션’을 원했다. “액션이 들어가면 감독으로서 기댈 곳이 있었겠지만, 실화이기 때문에 액션을 넣을 수 없었다”는 그는 사건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진실을 감추는 흑금성(황정민)과 진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리명운(이성민), 흑금성을 의심하는 정무택(주지훈)은 고도의 심리 싸움을 펼치며 각자의 진심을 감춘다. 말로만 긴장감을 담아내기 위해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철저히 배제됐고, 윤종빈 감독은 눈 깜빡임 하나에도 ‘다시!’라는 디렉션을 외쳤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연상될 만큼 방대하고 촘촘한 대사는 그 흔한 액션 신 하나 없이도 팽팽한 긴장감을 완성했다.

# 설명을 덜어낸 단순한 구성

윤종빈 감독은 1991년부터 16년 동안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두 시간 안에 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 스파이가 된 흑금성의 전사는 2분 남짓의 나레이션에 담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가족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영화는 불필요한 설명과 사연을 철저히 배제했다.

윤종빈 감독이 흑금성의 사연을 드러내지 않은 데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관객에게 “흑금성을 감추고 싶었다”는 것. 윤종빈 감독은 “주인공에 대해 면밀히 파악되지 않는 편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스파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던 흑금성은 후반부 수뇌부 간의 거래를 포착하며 변화를 맞는다. 세부적인 설명을 덜어내 사건에 더 큰 몰입감을 부여하고, 흑금성이 겪는 내면의 변화가 극적으로 전달됐다.

# 절대 악의 부재

‘공작’에는 ‘절대 악’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안타고니스트의 처치’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지도 않는다. ‘베를린’(2013) ‘본’ 시리즈 등 기존 첩보 영화들이 택한 대립 위주의 서사와 대비된다. 이는 냉전 국가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은 한 민족이 남과 북으로 분단된 유일한 냉전 국가다. 서로의 적국이자 한민족인 남북의 특수성은 기존 첩보물과는 다른 결론을 맞는다.

국가의 이념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던 스파이 흑금성은 적국과 접촉하며 개인의 신념을 갖게 된다. 영화는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 첩보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립이 아니라 공존을 향해 가는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 현실감을 극대화한 북한 재현

‘공작’은 시대와 공간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로 몰입감을 높였다. 제작진은 실화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 과정을 거친 후, 6개월간 전국 각지와 대만 로케이션을 통해 최적의 공간을 찾아냈다. 그 결과 관객을 압도하는 수많은 명장면이 완성됐다.

특히 영화 속 김정일(기주봉)의 등장은 많은 이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김정일은 뒷모습, 목소리로만 등장했기 때문이다. 윤종빈은 “몰입도를 살리기 위해” 김정일을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기 위해 실제 같은 묘사가 필요했고, 미국에서 건너온 할리우드 특수분장 팀이 김정일을 완성했다.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김정일의 별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제작진은 북한 건축양식의 특징을 살려 4개월에 걸쳐 별장을 완성했다. 공산주의 국가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벽화도 빼놓지 않았다. 이 또한 ‘공작’ 미술팀의 작품이다.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낸 윤종빈 감독과 제작진의 섬세함은 매 장면 빛을 발한다.

 

ㅣ 공작에서의 팩트는...

군 정보사 출신 장교였다. 하지만 도박에 빠져 강제 전역을 당했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장사꾼이 됐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수입해 팔았다. 한 마디로 뼛속까지 잇속만을 위해 움직이는 장사꾼이 된 것이다. 어느 날 북한 내 고위층과 줄이 닿았다. 북한으로 물건을 빼돌리고 중계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기회를 맞이했다. 급기야 북한에 들어갈 기회까지 잡았다. 당시 북한 최고 권력자와 독대할 기회까지 잡았다. 이 남자, 수완 하나만큼은 신도 울릴 능력자다. 이름 박석영, 정체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포섭된 북파 공작원. 암호명 ‘흑금성’. 앞선 모든 설명은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가짜다. 영화 ‘공작’에 대한 얘기다. 무엇보다 경악할 사실은 이 모든 내용이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이른바 ‘흑금성’ 사건, 대한민국 현대사를 발칵 뒤집어 놨던 실화다.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실화이면서 실화는 아니다. 영화적 각색과 창작이 더해졌지만 그럼에도 사실이 아닌 사실이다. 실존 인물 ‘흑금성’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모든 얘기가 사실에 가까운 사실임을 알고 있다. 영화 ‘공작’에는 1993년 북핵 위기와 DJ정권 탄생 이전 이른바 ‘총풍사건’ 등 시대를 뒷걸음치게 했던 우리 역사의 패악 정치의 민 낯과 이면이 고스란히 조명된다. 물론 최근 상업 영화 시장의 트랜드로 주목 받고 있는 고발 형식의 사회 조명 시스템을 바라 본 얘기는 아니다. ‘공작’은 엄연히 그리고 완벽하게 스파이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영상 문법을 따른다. 기존 디지털 시대의 액션 스파이 장르가 아닌 아날로그적 스파이 장르로 풀어냈다. 총 소리 한 번 나지 않는 러닝타임은 지루할 여지를 남겨둘 것 같지만 의외로 긴장감이 압권이다. 언제 총 소리가 날지 모르는 가능성을 이어간다. 총소리(위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주인공 박석영과 관객 모두에게 해당한다. ‘공작’은 한국 영화 사상 전례 없던 문법을 취한다. 그 지점이 오히려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냈다.

 1993년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는 전쟁 위기가 조성된다. 안기부 해외공작팀 최실장(조진웅)은 군 정보사 출신 소령 박석영(황정민)을 포섭해 북한 내 핵무기 존재 여부를 확인케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신분 세탁 과정에 들어간다. 평소 입에도 대지 않던 술을 먹고, 근처에도 가지 않던 도박에 빠지는 박석영이다. 그는 그렇게 부패하고 타락한 전직 군인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장사꾼이 된다.

중국을 오가며 북한 잠입의 실마리를 찾던 박석영은 북한 내 고위층이자 해외 자금줄 리명운(이성민)을 포착한다. 박석영은 안기부의 정보 공작 그리고 중국 내 정보원들의 도움으로 리명운과의 관계를 잇는다. 하지만 리명운의 지근거리에 북한 보위부(안기부와 같은 성격) 소속 정무택 과장(주지훈)이 버티고 있다. 그는 철저한 공산주의자 겸 북한 체재 옹호론자다. 그는 박석영의 진위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정무택의 감시를 피해 그리고 리명운의 환심을 타고 박석영은 북한 잠입에 성공한다. 이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다. 이제 그는 북한의 외화 벌이와 김씨 일가의 정권 유지 자금의 원천인 외화 벌이의 일환으로 남한 기업의 북한 내 광고 촬영 사업을 제안한다. 광고 촬영을 빌미로 북한 내 핵 시설 정보 취합을 위해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가 나타났다. 남한 내 대선에서 친북 성향의 김대중 후보가 보수 성향의 이회창 후보를 앞서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 핵 위기설이 문제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안기부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남북 대치 상황을 정권 유지의 기반으로 이끌어 가던 보수주의 패악 정치 세력의 계산기가 빠르게 셈을 한다.

박석영은 안기부와 정권 그리고 북한 권력층의 뒷거래를 감지한다. 이건 국가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공작원 ‘흑금성’ 박석영에게도 예상 밖의 변수다. 안기부 최실장의 다른 명령이 전달된다. 도대체 박석영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역시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셈을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 공작원으로 일한 박석영이다. 또한 같은 시간 동안 이윤에 따라 이념조차 넘나들던 장사꾼으로 살아오기도 했던 박석영이다. 그는 남과 북의 정보전 그리고 뒷거래를 통해 발생할 이익과 자신에게 돌아온 불이익 그리고 예상 밖의 변수를 계산한다. 셈을 끝낸 그는 결정을 한다. 어떤 생각으로 박석영은 이 거대한 판을 다시 짤 생각 일까.

‘공작’은 기존 냉전 체재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장르의 풀이법과는 조금 다른 지점으로 관객들을 끌고 간다.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 ‘미션’ 수행에 따른 과정과 결과 그리고 사건에 대한 전개와 해결, 여기에 생존에 대한 목적성은 흐릿하게 색을 지워나간다. 반면 남북의 경색된 대치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는 뒷배에 시선을 돌린다. 서로의 정권 유지 차원에서 긴장감 조성을 위한 거래의 이면과 민 낯은 실체와 루머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경악스럽다. 앞서 언급됐고 실제 DJ정권 탄생 직전 한반도에 발발된 ‘총풍 사건’은 패악의 시절이 만들어 낸 추악한 민 낯이자 숨기고 싶은 과거다. 박석영 스스로도 진실과 거짓의 괴리감에 따른 혼란이 괴로울 수 밖에 없다. 리명운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전향을 권하는 이면의 모습은 그 괴리감을 인정하기 힘든 속내와 신념 그리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대한 거부감일 것이다

황량하고 차가운 평양의 회색 빛은 그래서 박석영의 정체성으로 이어질 위기감으로 내포되기도 했었다. 회색의 도시 속 회색 빛 공작원의 정체성. 하지만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단순한 암투 속에 담긴 비밀과 뒷거래의 추악스러움으로 ‘공작’을 마무리 짓지는 않았다. 어디까지가 사실일지 모를 이 거짓 같은 진짜의 얘기 속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마지막을 짚었다. 아직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과연 이유가 있는 것인가라고.

P.S 1)2005년 북한의 조명애, 남한의 이효리가 함께 만나 찍은 ‘애니콜’ 광고의 뒷얘기가 등장한다. 이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놀랍고 반갑다. 뒷얘기가 사실일지 아닐지에 대해선 영화적 해법으로 남기겠다.

P.S 2)영화에는 실제 김정일 위원장과 ‘흑금성’ 박석영 그리고 리명운이 만나는 장면도 나온다. 당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 장면 묘사는 윤 감독이 실제 ‘흑금성’ 박모씨 가족을 통해 박씨에게서 전해 들은 장면을 창작과 팩트를 적절히 섞어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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