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 이석원

일상/도서리뷰|2018. 1. 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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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서른여덟, 평범한 생의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이석원, 그가 전하는 보통의 이야기.

보통사람 이석원의 내면과 일상의 풍경이 세밀하게 드러나는 산문집 『보통의 존재』. 사랑과 건강을 한꺼번에 잃고 비로소 삶의 의미를 탐색하기 시작한 이석원은 자신의 일상을 내밀하게 파고들어가 담담하게 전한다.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일상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석원은 자신의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이 왜 슬픈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흡입력 있게 서술한다. 또 ‘슬프다’ 혹은 ‘기쁘다’고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자신에게 어떤 에피소드가 생겼는지에 대해서 담백하게 풀어낸다. 또 그는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들에 대해서 탐색한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기타인 이석원은 소설로 읽힐 수 있을 만큼 강한 네러티브를 갖고 있는 언니네 이발관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를 비롯해 다양한 앨범과 노래 그리고 노래가사를 통해서 이미 많은 이들의 공감과 애정을 받고 있다. 그런 이석원이 전하는 결혼, 죽음, 로망, 연애, 이웃과의 작은 갈등 등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보통의 이야기는 쓸쓸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안을 전한다.

보통의 존재를 읽고..

어제 언제들어도 좋은말을 읽고 많은 공감을 받아 저자 이석원의 과거의 책 [보통의 존재]을 연이어 읽어 내려갔다. 2009년에 발행된 책인데 서점에서 보니 2017년 2판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다시 읽히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소통과 공감을 받기 위해 책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언제들어도 좋은 말 보다는 좀 더 담담한 일상을 보여주는 내용이였다 나에게 [보통의 존재]는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언제 들어도 좋은 말]과 같이 가슴속에 콕콕 박히는 에피소드 다음의 글귀가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모르게 에피소드를 함축적으로 아야기 하는 글귀가 말이다. 아무래도 요즘 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글의 내용과 주제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과 같이 충분히 공감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 나라해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참 신기한 것이. 이 세상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나는 별라다라고 생각하며 보통의 존재처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결국 이런 고민도 나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다 하는 보통의 고민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한편으로는 무언가 모를 열등감도 느꼈다.(사색을 하는 사람이 나 정도(?)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특별하다고,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 필요는 사실 없다. 그거 자체가 비교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내 삶을 나답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것 이것이 우리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보통의 존재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이지 않을까

보통의 존재에서....

사랑이 뭘까. 마음은 왜 변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그 애를 생각하면 문정동 어느 작은 공원 문 앞에 걸터앉은 채 책을 읽으며 나를 기다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사랑한 그녀의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연민이건 뭐건 상관없다. 설사 그게 사랑이 아니라 해도 사랑보다 중요하지 않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아름다운 것’ 중에서 

저는 사랑과 생명에 끝이 있다는 것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구요. 적어도 이성적으로는. 나의 삶은 38년간 무기력함에 시달리다가 마흔을 앞두었다는 시기적 절박감과 마침 무너졌던 건강 덕분에 생의 유한함을 절실히 목도한 후 비로소 삶에 생명력과 애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생토록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가 그제서야 하고 싶은 게 생겨나더군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 끝이 없다면 과연 지금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이런 간절함이 생겨날 수 있을까. 아니겠지요. 아닐 겁니다. 나의 이 간절함의 힘이 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슬프긴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동력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 ‘해파리’ 중에서 

누구든 창작자라면 창조는 천재성이 아닌 고통에서 더 많은 것이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좋은 작품을 내기가 힘들다. 인생의 굴곡이 험준할수록 작품에도 그만큼 진한 드라마가 담기기 마련이니까. 잘 아는 음악 하는 동생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왜 그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키웠냐고 반 농담 투정을 부린다고 한다. 자기들은 아무리 음악을 짜내도 안 된다면서. - ‘고통이 나에게 준 것’ 중에서 

끝의 덧없음을 깨닫지 않으리. 힘들더라도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해 끝과 마주하고 싶을 뿐. - ‘여행의 시작’ 중에서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없는 것, 빚쟁이들의 빚 독촉 받을 일이 없는 것, 먹고 싶은 라면을 지금 내 손으로 끓여먹을 수 있다는 하찮은 것들뿐이라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복의 크기가 결코 작은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만약 체념에서 비롯된 행복이라면, 더 많은 것을 갖고 싶고, 하고 싶은데 그 모든 욕망들을 어쩔 수 없이 꾹꾹 누르고,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영화에 일찌감치 백기를 든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그건 자신에 대한 기만이 아닐까. - ‘어느 보통의 존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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