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대2병, 학교를 묻다

일상/다양한이야기|2017. 5. 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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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사 후배가 회의시간에 ‘대2병’ 아는지 나에게 물었다. 난 중2병은 아는데 대2병은 무엇이냐고 재 질문했고 그 후배는 SBS 스페셜에서 얼마전에 방송한 다큐가 있다고 한번 보라고 추천을 해주는 것이였다. 도대체 대2병은 무엇일까? 
“수면 장애도 왔고, 식이 조절이 안 돼서 살이 많이 빠졌어요
내 몸이 고장 난 것 같은데 병원에 가면 단순 감기, 위염이라고 해요
진짜 말 그대로 ‘죽겠다’ 싶어서 휴학을 했죠”
- ‘대2병’을 앓고 있는 명문대 대학생(22세)

대학 캠퍼스에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교 2학년만 되면 찾아온다는 ‘대2병’! 대학에 들어와서야 뒤늦게 시작된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면서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다가, 전과나 휴학을 하거나 대학을 그만두기까지 한다. 명문대에 가면 행복한 미래가 보장된다는 말을 믿고, 힘겨운 입시 경쟁을 버텨왔던 대학생들은 왜 행복해지지 못한 것일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대2병이란?

 

아 이게 대2병이였다. 어떻게 어떻게 대학이라는 목표를 이루었는데 막상 대학2학년생이 되어 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전공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어떤걸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초중고 통틀어 누구하나 공부 이외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준 적이 없다 보니 대학2학년때 목표가 사라진 암울한 안개속을 걷는 것과 같아 괴롭고 힘들다는 의미의 병이였다.

헌데 이 다큐를 보면서 생각난 것이 있다. 과연 대학생만 이런 고민을 할까? 내 주변을 보면 대다수의 직장인들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 즉,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이라는 목표를 이루게 되면 또 다시 동일한 증상이 발병되는 것이다. 취업은 하긴 했는데 주어진 직무가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도 모르겠고, 시간은 가면서 진급은 하는데 과연 주어진 직무를 수행하면 전문성이 쌓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면서 출근하기 싫어지고 하루하루 그저 시간만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직장인들도 대단히 많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학생들의 문제가 아닌 암기식 교육을 받았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질문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가끔 회사 후배들에게 물어 본다. 너의 장점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 한다. 하면 대부분의 후배들은 일반적인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TV보기, 여행가기 등을 말이다. 그래서 내가 재차 되묻는다. 그럼 넌 정확히 어떤걸 하고 싶은지를 말이다. 허면 90%이상의 후배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본인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도 없거니와 어떤것을 목표로 하는지도 잊어버린채 하루하루 그저 살아만 가는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내가 교육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영상인데 아주 재미 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G20 폐막식 때 한국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준다. 그 순간 한국기자석은 한마디 질문도 없이 계속 오바마의 질문권에 답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기자들에게 질문할 것을 권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고 이야기 하는 한국기자는 없다. 오히려 중국기자가 한국기자에게 주어진 질문권을 계속해서 달라고 요청하고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양도한다.

왜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을까? 이는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는 초중고, 대학교, 기업, 가정 모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회사에서 이해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할 때도 질문하지 않고, 대학교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하는 순간 우리는 반역자가 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우린 그동안 그런 문화에서 살아왔다.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_ 오바마 기자회견장

듣고, 적고, 졸업, 구속

이번 다큐에서 가장 와 닿았던 영상은 초등학교에서도 듣고, 적고, 졸업, 중학교에서도 듣고, 적고, 졸업, 대학교에서도 듣고, 적고, 졸업, 그리고 사회에서 엘리트가 되었어도 듣고, 적고, 구속이라는 장면이였다. 우리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신발같이 사이즈만 다를 뿐 동일한 절차대로 생산되어지고 있다. 이제는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나에 대해서도 모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지금부터 우리는 나와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해서 나만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이 시작된 교실, 우리 사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의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하며,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스스로 가르치고,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거꾸로 교실’은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 지난해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와 고교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는 아이들에게 쉼표의 인생학교가 되고 있을까?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낳은 병리 현상 ‘대2병’에서 치유될 수 있을까? 받아쓰기와 암기를 반복하며 로봇이 되었던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면, 우리 사회는 ‘스스로 사고하는 힘’과 ‘비판하는 힘’을 회복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러한 질문을 통해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제도에 대해 질문하고 질문하면서 하나둘씩 바꾸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고, 우리 스스로가 행복한 삶의 주체자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 한가운데에는 사실상 교육이 있고  그래서 해결책도 교육에서 찾아야 하는데, 개혁의 방향 자체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는 교육으로 가지 않으면  대선 주자들이 얘기하는 교육 공약들이 다 실현돼도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어요” - 이혜정 교수 (교육과 혁신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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