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밥먹듯, 프로젝트땐 주70시간…불꺼지지않는 구글·애플의 힘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원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할 줄 알았는데, 이동식 데스크(책상)가 있어서 그런지 모두 자기 자리가 있네요. 회사에 반바지 입은 사람도 없고요.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르네요."
최근 한국 A그룹 사내 혁신팀이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구글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은 자기 자리 없이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고 출근도 잘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야근과 출장도 잦을 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과 시차를 맞춰 전화 회의를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는 말도 들었다.
회사에서 공짜로 아침·점심을 제공하는 것도 단순 직원 복지 혜택이 아니라 외부 식당을 이용할 때 오가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업무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제도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감탄사가 나왔다.
A그룹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두고 실리콘밸리 벤치마킹을 위해 왔는데, 그동안 겉모습만 보고 따라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그동안 검토했던 방안을 바꾸도록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은 세계 최고 생산성을 자랑한다.
직원은 5400(넷플릭스)~12만3000명(애플) 수준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1~3월) 매출과 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하는 등 분기마다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실제 알파벳은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311억6000만달러(33조5500억원), 페이스북은 49% 늘어난 119억6000만달러(12조9108억원), 애플은 16% 오른 611억달러(65조4000억원), 아마존과 넷플릭스도 각각 43%, 40% 증가한 510억달러(55조3554억원), 37억달러(3조9700억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기업들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이유는 복지 혜택이 많다거나 `노동시간`이 적어서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 인재에게 고액 연봉과 함께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주는 기업 문화와 제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연봉`은 높은 생산성의 기본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공개한 미국 주요 대기업의 중간연봉 패키지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직원의 지난해 중간연봉은 24만달러(2억6000만원)에 달하고 구글 직원은 19만7000달러(2억1000만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연봉은 전체 직원을 연봉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사람이 받는 연봉을 뜻하는데 S&P500지수에 속한 379개 기업 가운데 페이스북의 연봉 순위는 2위, 구글은 4위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전체의 평균 연봉도 12만달러(1억3024만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전체 기업의 평균 연봉(5만1970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높은 성과에 따른 주식·스톡옵션도 상당하다.
고연봉에 따라 임직원에게 부여되는 `책임`도 상당히 무겁다. 실리콘밸리 기업 임직원들은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밤낮없이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것이 보통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직원과 체결하는 노동계약서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업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지키는 회사와 직원은 많지 않다. 프로젝트 성패와 시간에 따라 주당 70시간 이상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에어비앤비에서 결제 업무를 담당하는 유호현 엔지니어는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게 책임과 결정권을 함께 주기 때문에 실패하면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때문에 업무시간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알아서 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가 없고 해고가 자유로운 점도 실리콘밸리 생산성의 특징으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직원에게 최고 연봉을 줄 뿐만 아니라 최소 6주 휴가를 보장하는 등 자유로운 기업 문화로 유명하지만 이와 별도로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가차 없이 해고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는 기술 변화가 빠르다 보니 500~1000명 수준의 사업부 전체를 해고하는 사례도 많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이 주류 기술로 정착함에 따라 IBM, HP, 오라클, 시스코, 인텔, 야후 등 전통 강자들은 임직원 대량 해고를 단행해야 했다. 해고를 당하더라도 사회안전망이 없어 이에 따른 결과는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ㅣ 주 52시간 시행을 앞둔 우리의 자세...
1. 7월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된다. ‘주 52시간 근무’는 전 산업계에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시험적용의 기간을 거치면서도 여기저기 잡음이 상당하다. 워라밸을 그렇게나 외쳐대던 대한민국 직장인들인데 왜 주52시간에 이렇게 죽는 소리를 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기에 크게 두 가지 이유일 것 같다. 첫째, 급여의 감소다. 야근수당, 휴일 수당과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벌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업무생산성이다. 우리는 그 동안 생산성있게 업무를 처리해 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의무적으로 줄어든 근무시간에 기업문화가 쉽게 정착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2. 첫째, 급여의 감소부분은 해당 기사에 해답이 있다. 고액연봉을 주면된다. 간단하다. 주52시간에 따라 높은 급여를 주게 되면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과 같이 고질적으로 야근을 하는 상황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장에 급여를 올리자고 하면 기업들은 죽는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계소득보다 기업소득이 꾸준히 증가했고 기업의 재무부분이 더욱더 증가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장 죽는다고 이야기 하는 기업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
※ 중간연봉은 전체 직원을 연봉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사람이 받는 연봉을 뜻하는데 S&P500지수에 속한 379개 기업 가운데 페이스북의 연봉 순위는 2위, 구글은 4위를 기록했다.
3. 둘째, 업무생산성을 높이면 된다. 회사에 출근하면 기본적으로 1~2차례 회의를 진행하는데 1시간이 훌쩍 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개인들은 업무중에 카카오톡을 수시로 하고, 개인적(병원, 은행, 가족)으로 통화도 수시로 한다. 이 뿐인가? 티타임이라며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오고, 흡연을 하기 위해 10분이상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기업들의 문화일 것이다. 이게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업무 특성으로 인해 업무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과 직종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점을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위 두 가지 내용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조정하고나 조율할 부분이 세부적으로 많은 것도 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주52시간의 문제는 급여와 업무생산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궁극적으로 책임을 기반한 급여의 상승, 보다 효율적인 업무생산성 문화 정착이 단계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모두 좋아 보이지만 "자유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대한민국의 직장인도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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