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 과정개발을 통해 실무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일상/HRD이야기|2018. 3. 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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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RD와 관련된 주제를 오랜만에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중이 제 머리깍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벌써 HRD 업무를 수행한지가 10년가까이 되었는데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명확히 정제해서 알리는게 쉽지가 않네요. 이론이 아닌 실무 그리고, 당장의 HRD 관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해 드릴 "컨셉"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고민이 되어 함께 일하고 있는 후배에게 어떻게 글을쓰면 좋을지를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구요.

"너무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면 전문성은 있어 보이나 관심을 못끌거 같아요. 차라리 넓게 얕게 다뤄보시는건 어떠세요?"라고 말이죠. 근데 제 성향자체가 넓고 얕게 가는 것을 지향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자꾸만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할 글들을 더 많이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네요.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너무 많지만 시작과 맺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여하튼 오늘은 지금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제가 생각한 내용을 공유드리려 합니다.

아무래도 회사내에서 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브로드하게 이야기 하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 프로젝트 : 직무분석 기반 과정개발
□ 목        표 : 사업지표와 연계된 성과지향형 과정개발  
□ 산  출  물 : 직무분석결과, 과정컨텐츠(강의안, LG, PG, Job aid, Learning Map, 실무 매뉴얼)


저는 현재 약 한달동안 회사의 주요 직무중 하나를 분석하여 사업지표와 연계된 과정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직무분석단계까지는 워낙 자주했었고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과정개발을 하는 부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과정설계까지는 그럭저럭했는데 실제 학습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는 강의안을 만드는데 있어 직무분석했던 결과를 녹여내는 것이 쉽지 않아서입니다.

저는 솔직히 실제적인 과정개발은 과정설계(Design)에서 마무리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과정개발단은 솔직히 강의안을 디자인하거나 설계했던 내용을 어떻게 하면 시각적이나 커뮤니케이션 방법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지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속도가 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니 너무 자세히 그리고 친절하게 알려줘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일하는 방식과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 과정개발을 하게 된다면 강의안의 작업보다는 실제적으로 실무상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액션러닝이나 케이스 스터디 등으로 진행하게 되면 크게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과정개발을 하는데 있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과정개발과 실행"을 통해 정말 실무에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정말 효과적일까? 라는 질문입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여러 논의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ISD(과정개발모델)을 부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다음번에 제가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ISD를 비판한다. TRAINING 誌 2000년 5월호, By Jack Gorden and Ron Zemke


 

그곳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There's no "there" there)

 ISD 모델은 트레이닝을 기교(art)에서 과학으로 바꾸고자 하는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이다. 여기서 긍극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그대로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예측할 수 있고 믿을만한 학습 결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로서의 ‘교수(Instruction) 테크날러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ISD를 개발하고 정교화했던 이론가와 실무자들은 다리를 건설하는 과학과 같이 확실한 효과를 가진 트레이닝의 과학을 원했다.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ISD의 '교수 테크날러지'라는 표현을 두고, 이러한 트레이닝 과학에 대한 그들의 비전이 이미 달성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21세기의 우리들이 보기에 이러한 긍정적 평가는 단지 그들의 바람일 뿐이었다. 만약 우리가 테크날러지를 무시하고 다리를 건설한다면, 그 다리는 곧 무너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ISD를 무시한 채 학습을 설계한다 해도 학습은 어떻게든 진행될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근본적으로 학습에 대해 진공 청소기와 같이 모든 것을 흡입하려는 속성을 지닌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가 설계한대로 학습이 진행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ISD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실제 학습자들은 우리가 의도했던 학습의 결과(품질 향상 또는 매출 증대 등)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John Murphy는 다음과 같이 의문을 제기하였다. “ISD의 학습 설계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지만 실제 학습이 이루어졌다면, 그 지침이 제대로 된 ‘테크날러지’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ISD로 얻을 수 있는 단순한 하나의 ‘제안’을 ‘만병통치약의 처방’으로 받아들인 점이 바로 실수였다고 믿는다. ISD 모델을 진짜 테크날러지로 여긴다면 큰 어려움에 부딪칠 수도 있다. 실제 트레이닝은 고정된, 엔지니어링과 같은 것이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일부 사람들은, ISD가 하는 일이라고는 단지 이제까지 탁월한 트레이너들이 해왔던 자유롭고 다양한 프로세스를 관찰한 후 그 프로세스를 인위적인 단계로 나누고 단순화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인위적인 단계들은 탁월한 트레이너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데는 유용하지만, 실제 그들과 같이 일을 하도록 이끄는 데는 그리 유용하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ISD 시스템들은 트레이닝 코스를 설계하고 개발하여 파일럿 테스트를 하기까지 몇 개월의 시간을 소용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Geary Rummler가 보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재빨리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일련의 환상적인 솔루션 목록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맞추어 3개월이 아니라 3일 이내에 기본적인 설계를 끝낼 수 있는, 노련한 설계가들로 구성된 특별 팀”을 만드는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모범 답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게 원하던 답이지?”라고 확인한 후, 바로 실행하는 것이다.

Diane Gayeski는 ISD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ISD 모델을 돌에 견고하게 새겨놓은 고정된 공식과 같이 여겼던 점이 문제였습니다. ISD는 그저 우리가 학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 오던 일련의 작업들을 단순화시킨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느껴지는 프로세스라는 표현에 미혹되어 진실을 무시하고 트레이닝 분야를 규정짓는 법률로 떠받들어 왔지요. 우리는 엔지니어들과 일하면서 스스로도 엔지니어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겁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실수였죠.”

여기에 Donald Tosti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설명한다.

“고정된 공식에 얽매이는 것은, 제멋대로인 엔지니어가 오클라호마의 보잘 것없는 샛강 위에 브룩클린 다리를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SD에 대한 맹목적 신봉과 준수는, 실제적인 문제는 보지 못하고 비즈니스 보다는 완벽한 교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더 신경을 쓰는 교수 설계가들의 공통적 특징이지요. 단 하나의 문제에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솔루션은 수천가지 입니다. 그 많은 솔루션 중 하나를 선택할 때 기준은 바로 비즈니스가 되어야 합니다.

결과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결과가 확실해지면 거기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작업을 시작하는 거죠. 그렇게 가치체계를 거슬러 타고 가다 보면 결국 당신이 처음 목표로 삼았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니즈 분석에서 시작해 평가로 끝나는 전통적인 ISD 프로세스는 항상 해결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문제(즉,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러한 중심 축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많은 비평가들은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ISD 시스템 중에서 가장 정교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AT&T의 TDS(Training Development Standards)로서 지난 197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Fred Nickols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3권으로 된 엄청난 분량의 자료였습니다.

TDS는 효과적인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하나의 단일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효과적인 트레이닝을 개발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죠. 우리가 하는 작업은 저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한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목적이었습니다. 근데 그 어떤 일이 무엇이었죠?”

적절한 교수(instruction) 설계를 위한 공식을 만드는데 만 열중하면서, ISD는 “저쪽에서 일어날 어떤 일”이라는 결과를 당연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어떻게 이 트레이닝이 효과적인지 알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답이 아니었으며, 이것이 바로 ISD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위의 질문에 만약 “이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ISD 프로세스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트레이닝입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정말 실없는 소리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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