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윤성빈 "무표정하다고요? 저 정말 기쁩니다"
한국 썰매의 새 역사를 쓴 윤성빈(24·강원도청)이 이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엄청난 일을 해내고도 줄곧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그는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순간에는 감정이 북받쳤는데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윤성빈은 16일 오전 강원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인승에서 1~4차레이스 합계 3분20초5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트랙레코드만 3번을 갈아치우는 등 2위와 1.63초차의 압도적 격차를 보인 윤성빈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썰매 역사상 최초 금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와 방송 인터뷰, 베뉴 세리머니 등을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 자리한 윤성빈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 금메달을 딴 선수의 표정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너무 웃지 않는 게 아니냐. 지금 정말 솔직한 심정을 말해달라"고 하자 윤성빈은 그제서야 웃음을 보였다.
윤성빈은 "평소에도 감정에 충실하는 성격이다. 4차 끝났을 때 정말 북받쳤는데 사실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조금 따분해졌다"며 웃었다.
그는 또 "당연히 기분이 좋다. 뭐라고 표현할 지 모르겠는데 기분은 아주 좋다. 표정에 안 드러나서 그렇다"면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전화기를 꺼놓고 하루 종일 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1~4차 레이스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그는 "마지막까지도 첫 번째 레이스를 할 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했다. 3차가 끝나고 안도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아직 완벽하다는 말은 이르다. 갈 길이 멀다. 좀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윤성빈과의 일문일답.
-지난해에 많은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압박감은 없었나.
▶이 질문을 최근에 많이 받았다. 부담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집같은 트랙에서 하는 거라 부담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해 왔던 대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메달을 따야한다는 것은 압박감보다는 그저 제 목표이고 팀의 목표였고 모든 사람의 목표라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기량이 썩 좋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2012년 시작했다. 코치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다. 저는 그저 맡은 바에 충실했다. 아예 재능이 없었다면 여기까지는 못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조금의 재능이 있었고 우리 팀에서 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알았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언맨 헬멧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이언맨 헬멧은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캐릭터다. 또 썰매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아이언맨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썰매에 태극기와 주먹을 함께 새긴 의미는.
▶여러 디자인을 놓고 고민했는데 주먹을 쥐고 있는게 의지를 상징하는 것 같아서 정했다.
-많은 이들이 두쿠르스의 시대가 지고 윤성빈의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두쿠르스는 제가 평소에 가장 닮고 싶은 선수였다. 두쿠르스는 여전히 우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잊지 않고 보고 배울게 많다고 생각한다.
-4차 레이스를 앞두고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어떤 기분이었는지.
▶계속 첫 레이스 때의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랬기 때문에 모든 레이스에서 만족할만한 기록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3차 시기가 끝난 뒤 기록 차이가 크다고 안주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 지 모른다. 4차 때도 똑같이 응원하는 분들의 힘을 얻어서 똑같이 했다.
-처음 스켈레톤을 시작할 때 속도가 빨라서 무서움을 느꼈다고 들었다.
▶빠른 스피드보다는 벽에 부딪히는게 아팠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2개월을 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변했다.
-소치 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졌는데.
▶소치 때는 메달 보다도 참가에 의미를 두고 지금의 평창을 위해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잘 작용을 하고 도움이 된 것 같다.
-전국민에게 스켈레톤의 아이콘이 됐는데, 미래의 윤성빈에게 한 마디 한다면.
▶처음 시작하고 접하기에는 까다로운 종목이다. 저도 그런 걸 겪어봤기 때문에 충분히 조언을 해주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잘 할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웃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정말 솔직한 심정은 어떤가.
▶평소에도 감정에 충실하는 성격이다. 4차 끝났을 때 정말 북받쳤는데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조금 따분해졌다. (웃음) 당연히 기분 좋다. 기분, 아주 좋다. 표정에 안 드러나서 그렇다.
-훈련 기간동안 가장 고통스러웠던 게 뭔지.
▶가장 힘들었던 건 처음 시작했을 때다. 그때는 제가 가진 게 없어서 해야할 게 너무 많았다. 그걸 만들어내고 이뤄내는 게 힘들었다. 1, 2차 끝나고 눈물을 보였던 것은 사실 올림픽을 위해서 달려오면서 정말 많이 고생을 했다. 그 과정들이 생각이 나서 그랬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는데 지금 새로운 목표는.
▶지금 상황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누가봐도 완벽하다는 그런 말은 못할 것 같다. 아직은 이르다. 중국에서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데 그때까지 가야하고. 홈의 이점은 없겠지만 좀 더 노력 하겠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지금은 전화기 꺼놓고 하루종일 자고 싶다.
-경쟁자가 되겠다는 김지수에게 한 마디 한다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웃음) 저도 아직 가야할 길이 많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경쟁자가 있는 게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다.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는 건 저에게 가장 좋은 약이라고 생각한다.
-이틀 뒤면 봅슬레이 대표팀도 출전한다. 한 마디 해 준다면.
▶형들에게 제 식대로 말하면, 막상 해보니까 별거 없다는 것이다. 정말 많이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면 후회없는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저도 열심히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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