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연차 사유를 알려야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4번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본래 금요일에 관련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오늘 "연차"와 관련된 이슈가 있어 미리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연차사용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 보다 개인사정으로 인한 연차사용에 대해 사유와 함께 보고체계에 따라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생각"에 대한 내용입니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라면 1주일 전쯤 연차사용 의사를 1차상사에게 밝히고, 승인이 떨어지면 연차사용에 대한 "상신"을 합니다. 이때 웃긴 것은 연차사용 내역에 무슨일로 연차를 쓰는지에 대한 내용을 기재해야 합니다. 물론 이전 1차상사에게 연차의사를 이야기 할때도 무슨일로 쓰는지 "보고"해야 합니다. 이게 맞다고 보시나요?
"이직 면접이 있어 연차사용하려 합니다"라고 이야기 한다면 1차 상사는 연차를 받아줄까요? 개인사유이긴 한데 ㅎㅎ갑자기 생각하니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 합니다. 개인 사유로 인해 개인에게 부여된 의무권리인 연차를 사용하는데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할까요? 이게 당연한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업무수행의 시기와 범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업무조율을 위해 연차사용의 "적절성"을 조율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why를 밝히고 "보고" 절차르 따르는게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갑작스런 가족 이슈 때문에 급작스럽게 연차를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게 새벽이 될 수도 있고 일하는 도중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생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1차상사에게든 당시 눈앞에 보이는 사람에게든 이야기 하고 사무실을 나설 것입니다. 만약 일하는 중 가족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1차상사가 사무실에 없다면 그를 찾아 보고를 하고 사무실을 떠나야 하나요?
가족에게 일이 생겨 정신과 혼이 나갈 지경이고 아무런 생각도 못하는 상황인데 1차상사 -> 2차상사에게 차례대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겨 연차사용하려 합니다, 언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현재 어떤 상황이기 때문에 연차사용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보고절차에 따라 1차, 2차 상사에게 보고해야 하는 절차를 따라야 하나요? 이 무슨 말같지도 않은 상황입니까?
사람에게는 공감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주변을 보면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공감능력"이 아예 사라진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공감’이란 단순히 함께 느끼는 것을 넘어서 타인의 입장에 서 보고, 타인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마음의 능력, 더 나아가 그 고통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함께 분노하는 힘을 말합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서 본다면 가족의 이슈가 있을때 일이든 보고 절차 따윈 집어 치우고 함께 아파해야 합니다. 가족이슈에 대해 "보고절차를 따라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구요. 조직이라는 곳은 사람들이 모여서 각각의 역할과 업무범위에 맞게 일하는 곳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조직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조직을 보면 사람위에 일이 있고, 사람위에 절차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정말 많이 "화가 납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
얼마전 <행복난민>이라는 다큐에서 다루었던 주제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명되어 있는데 왜 회사나 조직의 이상한 절차로 인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 받아야 하나요? 내 삶을 정말 회사나 조직이 산 건가요? 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였습니다.
<행복난민>을 보면 한가지 실험을 제안합니다. 바로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근무중에 조퇴를 사용해야 겠다고 이야기를 해보라는 것이였습니다. 두가지 제안했습니다. 첫째, 사랑하는 사람이 자꾸 생각나서 조퇴를 하겠다. 둘째, "멍 때리고" 싶어서 조퇴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라는 것이였습니다. 저도 궁금하더라구요 어떤 반응을 1차상사들이 보일지 말입니다. 헌데 너무 놀라웠습니다. 두사람의 조퇴 이유를 듣고는 1차 상사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네가 쉬는 걸 왜 나에게 보고하니? 그건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문화적 충격이였습니다. 연차사유를 밝혀야 하고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당함"이 있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바라던 현상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일 중심의 효과성"을 중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즉, 조직의 절차나 규율 중심이 아니라 개인의 정해진 목표를 제대로, 정해진 기한 내에 달성하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개인의 업무 책임이 더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말 같지도 않은 회사의 규율과 보고절차를 지켜가며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버티기 보다 일의 전문성을 가지고 제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형태로 우리도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다고 강요 하지마라" 사람이 먼저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면 칼퇴를 하든 연차를 쓰든 신경쓰지 않는 회사가 앞으로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언제까지 과거의 불합리하고 비 체계적인 절차를 가지고 "강요" 당해야 합니다. 회사는 내가 일하는 성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면 됩니다. 내 삶을 컨트롤 하거나 침해할 권리는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절차와 체계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사람이 없으면 조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타인과 사회에 대한 공감 능력은 민주사회의 시민이 갖추어야 할 수많은 역량들을 굳건히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타인,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본다는 것은 다름에 대한 인정과 포용, 다름과 공존하겠다는 태도를 전제합니다. 이런 공감능력도 없는 사람이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구성원들을 컨트롤 하려고 하면 길게 갈 수 있을까요? 회사라는 명함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겁니다. 사람에 대한 공감부터 해야 합니다. 로열패밀리가 아닌 이상 회사에 충성한들 돌아오는 것은 상황에 따른 "처리"만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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