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정말 축하 받아야지 너 같은 사람을 합격시켰으니

일상/다양한이야기|2018. 1. 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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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MBC에브리원에서 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은 챙겨서 보는 편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여행을 통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고 한국에 대해 어떤 것들을 궁금해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우리 문화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이기도 하고, 따로 외국인 친구들 두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일까요? 그들의 자충우돌 한국 여행기가 재미있기도하고, 그들이 한국전쟁기념관이나 GMZ, 서대문형무소 등을 방문할 때는 자기 반성도 하게 되더라구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친구들(데이비드 라는 아저씨가 있어요)은 영국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영국사람들이지만 실제로 그들을 보니 한국음식을 대하는 태도나 기본적인 매너가 독보였습니다. 그리고 기존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젊은 친구가 아닌 65세의 아저씨도 처음으로 방문하셨는데 볼수록 매력이 있는 분이였습니다. 항상 웃으시고, 어린 친구들과 격없이 지내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물론 이 영상만 보고서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상에서 비춰지는 데이비드와 나머지 두친구들의 태도를 보고 오랜만에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대간의 여행이 저렇게 자연스럽고 편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이웃과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말입니다. 이번 영국편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이 TvN의 "꽃보다 할배"였습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재미있고 유익하긴했으나 이서진이 나머지 선배들(?)을 수발하고 어려워 하는 모습과 "어서와 한국은"의 모습이 너무나도 상이하게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국편에서 감명깊게 본 것은 사이먼이란 영국인의 합격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덕담을 하는 데이비드 아저씨의 모습에서였습니다. 사이먼은 영국군 장교에 지원해 3번의 낙방 후 4번째 도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북한산 등반의 여파로 최고령자 데이비드는 저녁일정에 함께하지 못했고, 데이비드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사이먼과 앤드류는 강남의 VR 게임방을 찾아 가상현실에서 좀비를 죽이고 있던 사이먼은 두 통의 포토메일을 받았습니다. 장교 시험 결과를 직감한 사이먼은 이내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했고 결과는 '합격'이였던 것이였습니다. 함께 있던 앤드류와 방송 스태프, 게임방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사이먼의 합격을 해주었습니다.

사이먼과 앤드류는 나중에 합류한 데이비드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고,  데이비드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판타스틱. 정말 축하해"라며 사이먼에게 축하 인사를 했고 이후 함께한 축하 치맥 파티에서 데이비드는 건배를 제의하며 "영국군도 축하 받아야지. 너 같은 사람을 합격시켰으니"라는 애정어린 축하를 건냅니다.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어땠는지 그리고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취준생들과 몇 안되는 일부 합격한 사람들을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취준생이 합격이 되면 "수고했다. 정말 잘됐다. 좋겠다. 한턱쏴라" 정도의 말을 전해 듣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회사도 정말 축하 받아야지 너 같은 사람을 합격시켰으니"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인 메세지로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제도나 조직안에 우리가 속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즉, 소속되는 것 자체의 축하를 받아온 셈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해져 있고 부족한 조직에 속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청년들이 국가의 "소속"이 되기 위해 노량진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수많은 취준생이 회사에 "소속"되기 위해  각종 스펙과 주말에는 취업스터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취업(就業)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직업을 잡아 직장에 나아감’ 영어로는 ‘get a job’, ‘find a position’이라고 합니다. 취업을 한다는 것은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를 잡는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일 자리를 잡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에 대한 개연성의 실타래를 풀어가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관계성, 산업간 구조적인 역학관계, 구인·구직자 간의 미스매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겠지만 적어도 청년들이 펼쳐나가야 하는 세상을 도전할 만한 가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주는 것. 도전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에 대해선 뜨거운 찬사를 보내주는 것. 실패와 좌절을 당했을 때는 위로해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토닥거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 

그리고 궁국적으로 어딘가에 "소속" 되어 일하는 것이 개인에게도 축복이지만 기업과 정부의 입장에서도 축하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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