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정기검진 (와코 ev-6 도로에서 멈추다)

일상/다양한이야기|2020. 7. 17. 23:54
반응형

약 1년전 안과검진을 받았는데 청천병력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나이 마흔이 되기 전부터 눈을 너무 혹사해서 인지 백내장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안와골절, 광대뼈 함몰, 반월판연골 찢어짐, 허리디스크 등 왠만한 질병 및 상해에 대해서 크게 놀라지 않았었는데 안과에서의 백내장 진단 결과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나에게 충격적이였다. 그래서 정기검진 같은 것은 잘 다니지 않는데 안과 진료는 백내장 진단 이후 6개월 마다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정기점검 다니는 안과는 압구정동에 있다. 판교에서 굳이 압구정까지 가는 이유는 20년전 라섹 수술을 받았던 의사선생님이 운영하는 안과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수술을 했던 의사에게 정밀하게 진단을 받고 관리를 받는게 좋을 것 같아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3번째 정기점진이다. 판교에서 압구정까지 전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와코 ev-6의 최대 거리를 도전해볼 겸 오토바이로 출발을 했다. 편도 20km 정도 되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는 판교-압구정 왕복이 가능한데 달리는 속도나 도로의 환경에 의해 급격하게 출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안심하지는 못한다.




출발한지 20분 정도 지나 드디어 서울로 진입했다. 그동안 한산한 경기도에서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가 서울에 나와서 달리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차들도 너무 많고 중간에 끼어들기도 할 수 없고 오토바이의 장점인 갓길을 통해 달리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큰 도로에서는 정체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난 골목길로 진입을 했다. 천천히 주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달리고 있었는데 방지턱이 거슬려 옆으로 피했더니 도로의 큰 균열이 있어 오토바이가 크게 흔들렸다. 단순하게 흔들리기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오토바이 탑박스가 본체에서 떨어져 버린 것이다. 간신히 케이블타이로 견딜 수 있을 정도이긴 했는데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로에서 갑작스레 도로사정이 안좋아 탑박스가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나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며 조심히 안과로 향했다.



오토바이 탑박스 걱정 때문인지 안과진료를 빠르게 받고 나서 캐리어에 다시 장착해 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애당초 전용 탑박스가 아니기 때문에 고정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다. 그래서 간신히 케이블타이만 다시 동여 메고 판교로 방향을 틀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돠었다. 도착했을 때 잔여 키로수가 26km 정도 였는데 시내에서 달렸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강남 세곡동에 도착하자 잔여거리가 10km도 남지 않게 되었다. 가야할 거리는 무려 15km나 남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집은 고소하고 회사까지도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칫 잘못하면 3km정도를 200kg이 넘는 오토바이를 끌고 가야 할 판이였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 와코 ev-6의 잔여 거리 및 배터리 잔량은 0%으로 표기 되었고 핸들바를 끝까지 당겨도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좌절감을 가지고 끌고 가려고 했는데 바로 옆에 지식산업센터 같은 건물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바람에 오토바이를 끌고 건물쪽으로 다가섰다. 한참 공사중이 이곳은 제2판교테크노밸리로 판교창업지원센터였다. 아직 공사를 하는 곳들이 많았지만 완성된 건물도 있어 이곳 저곳을 헤매다 화장실 한켠에 전원코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충전을 하기 시작했다. 배터리 잔량이 0% 였기 때문에 적어도 집에 가기 위해선 1시간 30분 이상은 충전을 해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 판교창업지원센터를 한바퀴 돌아 보았다. 하루 만보도 채워야 했고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지루했다. 판교창업지원센터는 지나가면서 보기는 했는데 안으로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였다. 깔끔한 건물과 주변 수변공원을 보다보니 왜 제2의 판교테크노밸리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캐시워크의 캐쉬도 만보를 채웠고 시간도 어느정도 흘러 충전기를 분리하고 와코 ev-6에 배터리를 연결했다, 1시간 30분 동안 충전한 결과 배터리는 51% 주행가능 거리는 29km로 나왔다. 간신히 집에 갈 수 있는 키로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무사히 도착하고 바로 공구를 챙겨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덜컹거리는 탑박스를 분리하고 철저히 고정시키기 위해 탑박스를 재설치 했다. 여러번 건들기도 하고 흔들어 보았는데 다행이 전보다 훯씬 견교하게 결합된 것 같았다. 오토바이를 타는 건 언제까지나 안전운전이 제일이다. 앞으론 위험한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 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