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부하는 이유 : 에피소드 I

일상/다양한이야기|2018. 10. 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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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루키마인드입니다.

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남에게 당하거나 휘둘리기 싫어서.
둘째. 내가 배운 것에서 얻은 성취감을 공유하고 싶어서 입니다.

이 두가지 이유중에서 오늘은 첫째. 남에게 당하거나 휘둘리기 싫어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대학원을 다닐때 생활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주중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사전에 준비를 했어야 했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원서를 바탕으로 그날그날 배운 것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제가 영어를 굉장히 잘했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영어를 먼저 학습한 뒤 전공하는 과목에 대해 추가적인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남들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기 싫어서도 공부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중에 3일정도 Full day 강의를 함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3일은 도서관에서 계속해서 단어를 찾고 문장을 이해하고 이해가 되었을 때 다시 챕터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론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등록금을 비롯한 생활비가 점점 바닥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대학원을 올라오기전 전역 후 '투잡'을 1년 정도 뛰었던 돈으로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중에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습니다. 주말 웨딩홀부터 발렛파킹 등등 수많은 아르바이트가 있었지만 공부를 하는게 더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주말을 통채로 날려 버리는 아르바이트도 제 목록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말 1일 새벽에 할 수 있는 신문배달이 있었습니다. 중앙 Sunday라는 신문인데 주말에만 배달을 하면 되는 아르바이트였습니다. 그것도 금요일 새벽 1시부터 5시 정도까지 돌리면 되는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지금 생각하기에 주 1회 신문배달 치고는 급여가 높았습니다. 한 70만원 정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부수를 생각보다 많이 돌렸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였습니다)

저에게 있어는 최적의 아르바이트였습니다. 금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아침까지만 신문을 돌리면 토요일 오후부터는 "창의영재수업"의 강의도 추가로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잠을 많이 자지는 못하지만 신문을 돌리고 약 4시간을 잔 뒤에 집에서 바로 앞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효율적인 측면에서나 안성맞춤이였습니다.

하지만 새벽에 압구정동으로 신문을 배달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교통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스쿠터"였습니다. 그 당시 "줌머"라는 스쿠터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인기기종이다 보니 가격이 상당히 비쌌습니다. 그래서 중고나라를 검색하고 검색해서 제가 생각했던 금액의 '매물'을 찾을 수 있었고 저는 바로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서 거래를 했습니다.

거래를 하기전 '스쿠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거래방법', '스쿠터 이상유무 판별법', 등등을 사전에 학습을 한 후 서울대입구에서 판매자와 만나 시승도 해보고 오토바이 외관도 살펴보고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거래를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주말 신문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신문배달은 약 1년 반정도 했었는데 '스쿠터'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새벽에 압구정동으로 이동하는데도 좋았고, 서울의 새벽 도심을 달리는 기분도 좋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비도 환상적이였구요. 그렇게 잘 이용했던 스쿠터였지만 대학원도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새벽 신문배달도 하지 않게 되어 저는 제가 샀던 방법과 동일하게 중고나라에 제가 타고 다니던 '스쿠터'를 올렸습니다. 제가 살때 워낙 싸게 샀기 때문에 샀던 가격을 그대로 올렸음에도 바로 구매자에게 연락이 와서 삼각지 역에서 거래를 했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저와 스쿠터와의 이별로 받게 된 돈으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대학로에서 술을 한잔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는 번호라 안받으려고 했는데 여러번 반복해서 전화가 걸려와서 받게 되었습니다. 평상시 별로 놀라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전화를 받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인생에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화가 걸려온 곳은 용산경찰서였습니다. 경찰서에서 무슨일때문에 전화를 거셨는지 물어보자 방금 삼각지에서 스쿠터를 구매한 사람의 신고가 있어 전화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연유인지를 재차 묻자 거칠게 답변이 오더군요. "장물을 판매해서 신고가 들어왔으니 당장 경찰서에 오라고"말입니다.

"장물?" 장물이 뭐지? 당황한 마음에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장물이 절도, 강도, 사기, 횡령 따위의 재산 범죄에 의하여 불법으로 가진 타인 소유의 재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경찰서로 가는 동안 머리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도 그럼 장물의 피해자니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하며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대학시절 몇차례 파출소 등을 들어가본적은 있어도 경찰서는 처음 들어가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보는 것 같아 신기해하던 생각도 납니다. 여하튼 저는 경찰서 사무실(?)로 들어가 스쿠터를 구매한 사람과 나란히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컴퓨터를 뒤로한채 형사님이 물어보더군요. 이 장물이 어떤 물건인지 그리고 장물을 구입하고 판매간 경위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저는 사실대로 이야기 했지만 형사님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제가 장물을 취득하고 판매한 범인이 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당황한 마음에 이런저런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1년 반이나 지난 시점에 증거를 찾아 증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스쿠터를 구매했을 당시 통화내역과 판매자 계좌번호로 이체한 기록이 남아 있어 혐의는 벗을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과 증거들을 수집해 검찰까지 출두해서 자필서까지 기록하고 나서야 이 모든 상황을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질적 피해자는 제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에게 판매를 했던 실제 장물 범죄자는 이미 몇차계 동일한 사건을 저질러 구속이 되었고, 제 스쿠터를 구입한 구매자에게는 돈을 돌려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즉 저는 스쿠터 비용을 하루아침에 날리게 되었습니다. 그 돈을 찾을 방법도 없었고 저는 약 2주간이라는 시간을 경찰서와 검찰을 드나들며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전에 읽은 <검사내전>이라는 책 때문입니다. 그 책을 읽다보니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제 과거의 미숙함으로 인해 '사기'라는 것을 당했고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몇백만원이라는 돈과 시간을 낭비했던 것이 "어설프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평사시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크게 일상을 흔들일이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도 안되고 말입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싸게, 남들은 모르는,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에 유혹당하는 순간 우리는 언제든지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유혹에 휘둘리지 않아야 겠지만 이 유혹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기본적인 학습은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더 많은 학습을 합니다. 물론 나쁜의미의 학습이지만 말입니다)

어설프게 아는 것은 사기당하는 지름길이다. 사기의 세 번째 공식이다. 나름대로 알아보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변의 지인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주는 것은 없다. 대신해주겠다는 사람은 대개 브로커다. 뭐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곳에서 직접 6개월 이상 일해보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 그냥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다. 좋은 것을 굳이 광고까지 해서 당신에게 알려주는 선의란 없으며, 만약 그런 게 있다해도 절대 당신의 순번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폭탄 돌리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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