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적정임금을 받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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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은 '가진 것'의 차이와 '버는 것'의 차이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가진 것의 격차는 재산 불평등이고, 버는 것의 격차는 소득 불평등입니다. 일반 사람들의 관심은 대부분이 가진 것의 격차, 즉, 재산 불평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론적으로 자본주의에서 자본이 자본을 만드는 속성으로 인하여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하며, 그러한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도 그럴까요?

대한민국에서 불평등한 상황으로 인하여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은 재산 불평등보다는 '버는 것'의 격차, 즉, 소득 불평등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소득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용 불평등에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빈부의 격차'를 연상합니다. 불평등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로 인식하는 것은 '가진 것'의 차이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은 '가진 것'보다는 '버는 것'이 결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것'이 아니라 버는 것의 차이가 불평등을 만들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저소득층과 저임금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임금격차가 소득 불평등을 만드는 원인이라면, 임금격차가 왜 생겨났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불평등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고용 불평등과 기업 간 불균형 때문입니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는 절대 원인인 것입니다.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이 한국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결국 불평등은 기업이 만들어낸 결과인 것입니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지지 않았고 소득 불평등은 더욱 악화되었다면 성장의 성과가 임금으로 분배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로 분배된 몫이 지난 20년동안 크게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성장의 성과를 차지한 것일까요? 그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의 성과를 기업이 가져갔습니다. 정확하게는 대기업이 말이죠. 본래 가계, 즉 국민에게 분배되어야 할 성장의 성과를 대기업이 소유하는 기현상이 발생된 것입니다.

경제성장의 결과로 대기업은 부자가 되고 절대다수의 국민들과 중소기업은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제외되어온 것입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국민과 중소기업은 패자가 되었고, 결국 대기업이 승자로 남아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 장하성 책 내용 중 일부 발췌 인용>

요즘 젊은 사람들은 씀씀이가 헤프다

중장년 이상의 세대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씀씀이가 헤프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니까 돈을 못 모으지”라는 말을 흔히 한다. 벌이에 맞춰 살면 된다는 얘기다. 쥐꼬리 월급을 받으며 결혼조차 머뭇거리는 청년들은 “아이 낳고 맞벌이하면 다 먹고살게 된다”는 조언도 자주 듣는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잘살게 된다는 것은 고도성장 시절엔 ‘진리’였다. 연차가 쌓이면 월급이 늘었다. 가정을 꾸리고 콩나물값까지 아껴가며 모으면 아파트 평수를 늘릴 수 있었다.

저성장에 안 통한 ‘절약의 진리’

하지만 수출경제가 세계적인 저성장에 가로막힌 지금은 통하지 않는 얘기다. 미국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식당 종업원, 치매환자 요양시설 도우미, 월마트 매장직원, 청소원 등 여러 일을 직접 체험해보고 쓴 책 <노동의 배신>에서 “중산층은 ‘가난한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절약법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안락한 집과 자동차, 안정된 일자리와 건강보험이 없는 저소득층은 이런 것들을 갖춘 사람들보다 오히려 생활비를 더 써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매일 100명에게 전화로 시달리고, 하루에 환자 15명의 근육을 풀어주면서 한 달에 200만원 안팎을 받는 이들의 가계부에 적힌 숫자를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이들은 윗세대의 생각과 달리 월급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여유나마 누리며 살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그들은 얼마를 더 벌고 싶어할까. 돈을 더 번다면 어디에 쓰고 싶어할까.

우리에게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올해 한국의 한 달 최저임금은 157만3770원이다. 이 돈으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생존’을 넘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생활임금, 적정임금, 기본소득 같은 개념이 한국에서도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우리에겐 얼마만큼의 임금이 필요할까.

이진우씨(33·가명)는 2013년 9월부터 석 달 동안 호주 시드니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일했다. 맡은 일은 청소와 룸서비스였다. 손님들이 쓴 수건을 처리하고 보조 베드를 설치하는 일도 했다. 하루 8시간 일하고 15호주달러, 약 1만2700원의 시급을 받았다. 한 달에 최소 2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벌었다.

방 하나 얻어 월세를 내고도 저축을 할 수 있어 모은 돈으로 호주 여행도 했다. 그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한 것이어서 월급이 적었지만 현지인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 당시 시간당 22호주달러(약 1만8650원)를 받았다.

이씨는 “대학교 1학년 때 한국에서 ‘노가다’를 했는데 하루 11시간씩 일해 일당 5만원을 받았다. 온갖 ‘시다바리’(잔심부름)를 하는 경험 없는 막내여서 더 적었겠지만, 주 엿새를 일해도 집세를 내고 이것저것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아마 지금 한국 호텔에서 호주에서 했던 일과 같은 일을 해도 150만원 정도밖에 못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법에 정해진 대로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돈을 모아 휴가 때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정부는 공공분야에서 최저임금과 서울시 생활임금을 상회하는 ‘적정임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공공기관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할 것을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에서 정의한 적정임금은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으며 최소한 문화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다. 먹고사는 데 들어가는 돈 외에 책 사보고, 영화 보고, 여행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렸다.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 산하기관이 맡은 사업에서 일부 건설 노동자를 대상으로 적정임금제를 시범 운영한다. 하지만 아직 적정임금의 개념이 불분명하고 직종별 적정임금의 하한선과 상한선도 명확하지 않아 앞으로 관계부처 사이에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하는 이들이 꿈꾸는 월급, 그리고 바라는 만큼 소득이 늘어나면 하고 싶은 소망에 정부 관료들이 결정할 적정임금 범위의 힌트가 숨어 있다. 콜센터 상담원 이정민씨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아직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월급이 250만원 정도 되면 여행 적금을 모아 엄마를 모시고 가까운 일본에라도 한 번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덤프트럭 운전사 박형우씨는 “모든 걸 다 떼고 월 350만원만 쥐면 좋겠다. 그 정도만 매달 들어오면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애들이 원하는 국내 도시로 1박2일 여행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작업치료사 정지현씨는 “통장에 ‘빵꾸’만 안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다음주에 조카 돌잔치가 있는데 요새 너무 쪼들려서 돈은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고향에 내려가기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걱정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했지만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돈이 없어서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돈 걱정이 심할 때는 연애마저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걱정 없이 사람을 만날 정도의 월급은 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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