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아기곰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명으로 활동 중인 ‘아기곰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다. 현재 부동산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과거 아기곰님의 강의를 들었고 그로 인해 자기만의 장점들을 살려 현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 또한 아기곰님의 강의를 직접 들었지만 전문가는 커녕 이리저리 휘둘리며 어직도 내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 성격적으로도 소심하지만 한분야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외로움과 싸워야 일정수준의 능력이 될텐데 현재 크게 불만이라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기 때문에 솔직히 노력하지 않았다. 아니 노력을 했으나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반성중이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된 노력을 해보려 한다.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한 김의겸 전(前) 청와대 대변인은 86세대다.
1963년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주식 투자로 논란이 된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그 남편 오충진 변호사도 비슷한 세대다. 이들은 부모와 또래들이 앉은 자리에서 아파트로 재산을 두 배 세 배로 늘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해 왔다. "이 나이에 전세 살기 싫었다…. 노후 대책용이었다"(김 전 대변인), "차라리 강남 35억짜리 아파트라면 이렇게 욕을 안 먹었을 텐데"(오 변호사) 등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왜 이들에게만 국민적인 비난이 쏟아졌던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부동산으로 돈 벌던 시절은 끝났다며 문재인 정부가 투기 억제정책을 쏟아붓고 있던 시점에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전 재산을 부동산에 올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평등·공정·정의를 내세우고 출범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마저 홀릴 만큼 확고한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불패신화'. 이 밑바닥 무의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양지의 전문가가 아니라, 재야의 부동산 고수 문관식(58)씨를 만난 이유다. 그는 '아기곰'이란 필명으로 국내 최대 실명 부동산 커뮤니티인 '아기곰 동호회'(6만명 이상)를 운영 중인 부동산 전문가. '부동산 투자의 시조새' '멘토의 멘토'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정·관·민 주최 부동산 토론회의 단골 후보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86세대의 한 명. 1961년에 태어나 1980년대에 서울 소재 대학을 다녔다. 직원 800명인 마케팅회사 대표이사에 오를 정도로 직장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그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모은 사실을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모른다고 했다. 실명이 아니라 필명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직업은 주택임대사업자다.
월급쟁이의 희망, 부동산과 주식
―김 대변인이 사퇴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을 것 같다. 만약 그가 사기업 다니는 월급쟁이였다면 부동산 투자 잘했다며 책 썼을 거다. 그런데 현 정부가 국민에게는 투기라며 하지 말라고 억제하면서,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정반대 행동을 하니까 그런 거지. '꼬시다. 저 봐라. 니네들도 못하면서 우리보고 하라고?'가 된 거 아니냐. 그 와중에 거짓말한 부분도 있고 하니 문제가 된 거고."
―왜 현 정부는 부동산으로 돈 벌던 시절은 끝났다고 했을까.
"정부가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도 본심은 아닌 것 같다. 정치적 입장이 있으니 액션을 취하는 것뿐. 그러니 대변인조차 그 정책을 따르지 못한 거다. 한마디로 '이중성'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부동산 매매가 원활하지 않으면 세금이 안 걷힌다. 그렇다고 집값이 오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집값이 오르면 국론이 분열된다. 아니 분열시키려는 정치적 세력이 등장한다."
―왜 국론이 분열되나.
"역시 우리 세대의 '이중성' 때문이다. 내가 30년 동안 필명으로 활동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인은 돈 가진 자를 부러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가난한 건 세상을 정직하게 살았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한다. 반대로 돈 가진 사람은 세상을 정직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런 심리를 정치권에서 '이용'한다. 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재테크하는 걸 회사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권한다.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그런 것만 한다며 부메랑이 돼 날아올 테니까."
―그럼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까.
"직장인이 부동산 아니면 뭘로 돈을 벌란 말인가.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그 나이 또래의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생계비와 약간의 여유분을 더해 급여를 책정한다.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IMF 외환 위기 같은 위기 상황이 오면 다르다. 돈 때문에 가정이 해체된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그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월급쟁이의 희망은 부동산이나 주식이다. 둘 중 자신과 잘 맞는 걸 해야 한다. 내 생각에 부동산은 월급쟁이에게 더 맞다. 주식은 시간이 많아야 한다. 수시로 차트를 봐야 하니 생업에 지장을 준다. 한국은 소득 수준과 인구 밀도가 모두 높다. 집의 희소성 때문에라도 부동산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월급쟁이로서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다."
―이 정부는 부동산이 아니라 복지로 노후를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경제도 가라앉는다. 지금 당장 집값이 하락하면, 대출받아 집 산 사람들이 돈을 쓰겠나? 또 집을 갖고 있어야 노후에 주택 연금이라도 받지 않나. 그리고 난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정부의 진심은 부동산이 노후 대책이라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자신들도 바보가 아니니 알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 '집을 사서 노후를 대비하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지. 정부까지 나서면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달려들고, 그렇다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하지만 봐라. 그 정책을 세운 사람들도 결국 집 사서 노후 대비한 것 아닌가."
―그래도 부동산 투자는 ‘종잣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난 1990년대 이미 아파트를 샀다. 내 삶은 구도자 같았다. 술·담배도 안 하고 커피도 안 마신다. 옷도 잘 안 사 입는다. 혼자 밥 먹을 땐 제일 싼 라면을 먹는다. 누군 그러더라.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그런데 누가 태산을 모으라고 했나. 조그마한 흙무더기부터 모아야지. 1000만원을 모은 사람이 1억원을 모을 수 있고, 1억원을 모은 사람이 10억원도 모을 수 있는 법이다.”
―지금의 20~30대는 월급을 모아서 집 사는 건 끝났다고 생각한다. ‘욜로족(현재를 즐기는 사람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탕진잼(돈을 쓰는 재미)’ 등의 용어가 그래서 나온 거 아닌가.
“다 그런 거 아니다. 최근 트렌드를 꼽으라면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요즘엔 20대가 더 빠르다. 동호회 활동하며 주말에 땅 보러 다니고,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1980~1990년대보다 투자에 필요한 정보는 더 많이 공개돼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왜 가난한 줄 아나. 자본 소득이 없어서 그렇다. 월급 2000원 받는 사람과 4000원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4000원 받는 사람이 두 배 더 번다고 두 배 더 써버리면 둘은 차이가 없다. 대신 4000원 버는 사람이 2000원 버는 사람처럼 생활비를 1000원만 쓴다고 하면 투자할 수 있는 돈은 3000원이다. 그때부터는 돈이 돈을 버는 거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내가 날 금수저로 만들어야지.”
―그렇게 사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비슷한 수준의 입사 동기 A와 B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A는 욜로족이다. 이 사람은 터무니없이 비싼 집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며 신입사원 때부터 할부로 외제차를 뽑고 월세를 살았다. 1년에 두 번 해외여행 다니고 겨울엔 스키, 여름엔 서핑을 했다. B는 부모님이 돈이 없어서 고생하는 걸 보고 자랐다. 그래서 차도 안 사고 버스 타고 다니면서 돈을 모으고 대출받아 집을 샀다. A의 삶이 행복할까, B의 삶이 더 행복할까. 결국 가치관의 차이다. A의 선택은 존중한다. 하지만 자기가 그렇게 살았으면서 나이 들어 내 집 하나 없다고 B를 투기꾼으로 욕하거나, 정부를 비난하면 안 된다. B도 마찬가지. 그렇게 살았는데 나중에 혹시 자신의 집값이 떨어졌다고, 바보같이 살았다며 자학하면 안 된다. 성인이면 자신의 선택과 그에 따른 행복, 결과, 책임은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개봉한 IMF 외환 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 집은 재산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민들은 돈이 모이면 집부터 사고, 돈이 필요해지면 집부터 내놓는다.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 사장 갑수가 한 선택은 집 내놓기였고, 대금을 떼먹힌 정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장소도 자신의 집이었다.
―당신 세대에게 부동산이 가진 의미는?
“내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살던 왕십리 45평 아파트 값이 3억4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폭락했다. 처음에는 나도 ‘김영삼 대통령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정부 탓을 했다. 그런데 분노가 가라앉고 나니 ‘집값이 떨어질 것도 판단 못한 내가 제일 바보’라는 생각이 들더라. 만회할 방법을 생각하다 처음에는 금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당시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 이행 잠정 중단)을 선언해 금값이 떨어졌다. ‘이건 내가 할 게임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다음엔 달러를 고민했다. 그런데 이미 IMF 외환 위기 상황이라 달러 가격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더라. 그래서 ‘내가 부동산으로 망했으니 부동산으로 흥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마 우리 세대 사람들 다 비슷하지 않을까.”
―(문씨는 인터뷰 현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왔다. 사진 촬영 중에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선글라스 왜 썼나.
“내 현재 생업은 부동산 투자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런데 얼굴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나에게 집을 팔지 않는다. 집값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팔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런데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이 와서 그 집을 산다고 하면, 그 집을 팔겠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라 말은 쉽다.
“탐욕을 줄이고 공포를 이길 때 시장이 보인다. 싼 물건을 사려면 시장 가격이 떨어질 때 들어가야 한다. 마음이 오그라들면 그 기회를 놓친다. 팔 때는 또 계속 오른다고 생각하면 못 판다. 탐욕을 조금은 줄여야 한다. 워런 버핏의 주식 명언 중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가 있다. 부동산 투자도 그렇다.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가 좋아요?’라고 묻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이미 돈을 잃었다. 그걸 대답한 사람보다 나중에 투자하는 거니까.”
―현재 본인이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장소는.
“수도권 중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의 아파트. 땅은 환금성이 떨어져서 거래하지 않는다. ‘3000만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광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투자에 실패한 적은 없나?
“단 한 번도 없다. 인디언들이 기우제 지내는 방법이 뭔 줄 아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거다. 집값이 오를 때까지 버티는 거다. 기본 10년. 많은 사람이 투자를 힘들어하는 건 단기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어났는데 공급은 적은 지역. 그런 지역은 사 놓으면 얼마가 걸리든 오른다. 워런 버핏이 10년을 보유하지 않을 거면 1분도 주식을 하지 말라고 했다. 부동산도 마라톤처럼 긴 호흡으로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판도 좀 해보자. 부동산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재화다. 이게 나라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한가.
“안됐지만, 무지한 이야기다. 무주택자이거나, 무·유주택자를 갈라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 가령 ‘직장이 강남역 근처여서 양재동에다가 집을 얻으려 했더니 투기꾼들이 이미 다 사서 집을 구할 수 없다. 나 같은 실수요자들이 편히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양재동에 집을 산 사람들이 다 투기꾼인가? 대부분이 실수요자다. 내가 위에서 말한 신입사원 A와 B 중 A가 B를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거다. ‘나보다 남이 먼저 샀기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 그래서 난 비싸게 사야 하니 억울하다’는 건가.”
부동산 투기로 시장이 이상 과열되면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기곰’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중성의 노예들. 남들 앞에서 고백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마음 안에 숨어 있는 집에 대한 욕망이 이 선글라스 사내의 입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인생은 러닝머신이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면 제자리다.” 그는 남들보다 부자가 되려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눈치 빠른 20대는 기성세대보다도 더 빨리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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