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무주택자의 설움…가점제 밀리고, 잔여분은 수천배 경쟁

경제적 자유/부동산|2018. 6. 22. 10:38
반응형

청년·신혼부부, 정부 지원받고 `50·60세대` 高가점에 절대유리…30·40대 가장들만 중간서 소외
신규분양 당첨은 `그림의 떡`…잔여세대 추첨 매달려보지만 통장·지역 제한없고 온라인청약
수도권선 일반분양보다 더 치열…"진짜 집 필요한 실수요자인데 다주택자와 경쟁 말이 되나"


# 입사 10년 차인 40대 직장인 A씨는 이미 1순위 청약이 마감된 단지의 홈페이지를 아침마다 접속한다. 정당계약이 마무리된 뒤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 조건이 맞지 않아 부적격자로 분류된 잔여가구에 대한 추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 관심이 있었던 단지의 잔여가구 추첨을 깜빡하고 놓쳐 속상했던 만큼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맞벌이 3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1년 동안 잔여가구 추첨에 30번 정도 도전해 결국 당첨됐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청약 시장에 다시 관심을 가졌다.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은 물론이고 민간 분양 특별공급 자격조차 되지 않아 사실상 청약을 포기하고 있던 와중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사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세대가 주택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청년·신혼부부 주거대책과 거리가 멀고 청약시장에선 고가점을 확보한 50·60대에게 밀려 '내 집 갖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와 각 건설사 등에 따르면 최근 ​청약 부적격자 및 계약 포기자 물량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잔여가구 추첨 경쟁률이 수천 대1을 상회하고 있다.

잔여가구에 대한 현장 추첨이 안전과 비효율성 문제로 온라인 추첨으로 바뀐 뒤 수백 대1에 그쳤던 경쟁률이 최근엔 수천 대1로 치솟았다. 실제 국내 첫 온라인 잔여가구 추첨 단지인 서울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은 작년 12월 66가구 모집에 1만5221명이 몰려 경쟁률 230.6대1을 기록했다. 이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인 10.5대1에 비해 20배 이상 높은 수치로 인기 단지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했다.

큰 인기를 보였던 잔여가구 경쟁률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2월 세종시 인기 단지로 손꼽혔던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가 미계약분 40가구에 대한 온라인 추첨을 진행한 결과 무려 5만3800명이 몰리며 경쟁률 1347대1을 기록했다. 무려 네 자릿수 경쟁률을 달성한 것이다. 이어 5월 서울 영등포구 '당산 센트럴아이파크'는 잔여 8가구 모집에 2만2431명이 몰리며 2804대1의 경쟁률로 청약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반분양 1순위에서 평균 79.9대1로 대박을 터트린 이 단지는 잔여가구 추첨에서 30배가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셈이다.

20~21일 양일간 진행한 과천위버필드 잔여가구 추첨에서도 25가구 모집에 약 2만4000명이 몰려 잔여가구 열풍을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잔여가구 경쟁률 급증의 가장 큰 이유로 내 집 마련에 목마른 30·40대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잔여가구 추첨은 청약통장 자격이 필요 없고, 당해 지역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인기 지역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다. 그로 인해 중소형 면적은 100% 가점제로 청약이 진행된다. 이렇다보니 신규 주택 공급이 이뤄져도 가점이 낮은 30·40대에겐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수도권 인기 지역에 '로또 청약' 단지가 뜨더라도 60~70점대의 고가점 당첨자가 속출하고 평균 당첨 점수가 50점을 거뜬히 넘어가면서 30점대 가점이 대부분인 30·40대 청약 수요자의 절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30·40대 청약 수요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잔여가구 추첨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 관계자는 "잔여가구 분양은 청약통장 조건이 필요 없이 이름과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어 실거주를 원하는 30·40대 지원자가 대거 몰린다"며 "특히 정상적인 경쟁을 통해서는 청약받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30·40대의 잔여가구 문의가 가장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원 자격 제한이 없는 만큼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다주택 소유자 또는 전문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경쟁률 급증에 일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보단 실수요층의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달에만 세 군데의 잔여가구 추첨에 지원했다는 30대 성현일 씨는 "60점대 가점을 채우려면 최소 15년은 걸릴 것 같고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를 사기엔 부담이 크다"며 "주변 친구들도 잔여가구 정보를 공유하면서 내 집 마련을 서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양시장에서 새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문 30·40대는 어쩔 수 없이 기존 주택 매매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0대는 2016년 수도권 주택매매거래 비중이 29.7%였으나 2017년 30.7%로 소폭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3040세대는 분양 시장에서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못 잡고 넘어오는 것인 만큼 내 집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30·40대가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을 위한 정책은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 정부는 신혼희망타운 공급 물량을 당초 계획된 7만가구에서 10만가구로 늘리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2배 늘리는 등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공급 정책을 잇달아 선보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30·40대 무주택자들이 다주택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토록 방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실제 내 집이 절실한 경제활동인구가 원활히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