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서남권에 `제2 G밸리`…9년 끌어온 `온수산단 재생` 내년 착공
71년 준공 16만㎡ 1호 민간산단…건물 55% 30년 넘어 노후화 심각
노후산단 재생사업은 첫 시도, 종상향·규제완화 등 혜택 부여…기계업종 중심 →IT 융합 유도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 위한 234억원 예산 이번주 확정
"향후 20년간 조단위 투자 예상" 공공기여 등 토지주 설득 과제
준공한 지 47년 된 온수산업단지가 재생사업을 위해 국비·시비 234억원을 지원받아 내년 착공한다.
서울 서남권에 조 단위의 정부·민간자본이 투입돼 '제2의 G밸리'가 조성된다. 준공한 지 47년 된 온수산업단지가 산업단지 재생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노후한 주거지역에서 재생사업이 진행된 사례는 있지만, 서울 노후 산업단지에서 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관문도시 재생, 구로차량기지 이전과 더불어 서남권 주택 시장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구로구청 관계자는 "온수산업단지에 이번주 국비와 시비를 합쳐 234억원의 예산이 통보될 예정"이라며 "이르면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결정고시가 완료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착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비·시비로 지원되는 예산은 도로, 하수관, 주차장,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에 사용될 예정이다. 최근 대세가 된 4차 산업혁명 물결에서 벗어나 있는 기계금속 업종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해 업종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향후 20년 동안 조 단위의 민간자본을 유치할 것"이라며 "온수산업단지에는 공장과 지식산업센터, 각종 업무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수산업단지는 전체 면적 약 16만㎡ 중 북동쪽에 위치한 약 1만㎡의 토지가 현재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지역은 준공업지역으로 용도변경될 예정이다. 이 지역은 그동안 일반주거지역임에도 산업단지 내에 있어 주택 건립이 불가능했다. 공장만 지을 수 있음에도 용적률 상한이 200%에 불과했는데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심의를 거쳐 용적률을 400%까지 높일 수 있다. 용도변경에 따른 혜택을 입는 토지주들은 대신 일정 비율의 토지를 공공기여해야 한다. 공공기여된 토지에는 도로가 조성된다.
그동안 온수산업단지는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신축이 전면 금지되고 증축도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심했지만 곧 풀릴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온수산업단지는 온수역 역세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향후 온수산업단지로만 구성된 별도 지구단위계획이 짜일 것"이라고 말했다.
온수산업단지는 '영등포기계공업단지'로 불렸던 제1호 민간공업단지다. G밸리가 국가 주도로, 마곡산업단지가 서울시 주도로 조성됐다면 온수산업단지는 민간 주도로 조성됐고 재생사업도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3개 산업단지 중 유일하게 제조업 공장이 포함돼 있다. 총 190여 개 회사가 입주해 있는데 기계업종 173개, 운송장비업종 5개, 전기전자·철강·목재종이 업종 각각 2개, 기타 6개로 구성된다.
총 면적은 15만7560㎡로 구로구에 10만7012㎡, 부천시에 5만548㎡가 분포돼 있다. 1971년 온수산업단지가 준공될 때 건축된 공장 건물이 상당수 그대로 남아 있다. 전체 건축물 중 54.5%가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물이어서 안전사고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온수산업단지 재생이 처음 추진된 것은 2009년이다. 기계 금속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었지만 기반시설 부족과 산업시설 노후로 지역 전체가 침체에 빠지자 서울시는 재생사업에 착수했다. 내년에 착공한다면 계획에 착수한 지 정확히 10년 만에 첫 삽을 뜨는 셈이다.
온수산업단지는 와룡산 등 자연 녹지로 둘러싸여 있어 친환경단지를 표방한다. 지하철 1·7호선이 지나가는 더블 역세권에 위치해 도심 접근성도 뛰어나다. '서울 내 3대 학군'으로 불리는 목동이 가깝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도 유리한 편이다.
구로구청은 이 같은 입지적인 강점을 십분 활용해 고도의 숙련공을 대거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숙련공들이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지방 공단으로 내려가길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온수산업단지 재생이 성공하면 이곳으로 인재가 몰릴 것"이라며 "온수산업단지는 입지상 전문대 졸업생 등 청년층 유치에도 유리해 그동안 부진했던 기술 전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수산업단지 재생은 인근 주택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온수산업단지 재생이 본격화하면 산업단지와 맞닿은 오류동 일대는 물론이고 구로구 역세권 아파트의 가치도 크게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온수산업단지 재생사업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마곡처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모든 토지를 사들인 뒤 분양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이 소유한 산업단지를 재생해야 해 개별 소유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보유한 토지 면적과 속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토지주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온수공단 재생사업 추진위원회는 소유주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올해 1월 임원진이 교체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일부 소유주는 용도변경에 따른 공공 기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향후 국비와 시비로 기반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땅값 상승이 예상되자 토지를 계속 보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주들이 공공기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국비와 시비를 통한 기반시설 조성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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