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삶에 대기업 있다

일상/다양한이야기|2018. 12. 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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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길에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을 보았다. 글을 잘쓰기 위해 스킬위주의 책들을 주로 읽었는데 이 책은 문장하나하나에 줄을 쳐가며 식량을 모으듯 모든 문장을 수집하게 만드는 책이였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오늘 보았던 책속의 내용과 우연치 않게 눈에 들어온 기사가 거짓말 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세계를 읽어 낼 수 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

은유 저 쓰기의 말들 中



"그런 고뇌, 그런 방황 나는 안 해 본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보수적으로 되어 가는 중거겠지. 자명한 것에 물음을 던지지 않는 것 말이야. 떠나온 것이 후회되니? 난 태어난 것이 후회된다. 이 세계가 추악하고 나란 존재는 무기력하고 그래" (중략)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일이 어떤 의미일까. 잘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부품처럼 쓰다 버리고(삼성 직업병 문제) 약한 존재의 죽음을 무시하고(세월호 참사) 자연을 파괴하면서(밀양 송전탑) 기업이 이익을 우선으로(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돌아가는 세상이다.

가진 자가 더 갖기 위해 거대한 시스템으로 구조화된 세상에서, 나는 그냥 밥 먹고 숨 쉬고 애들 키우고 일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죄를 짓게 된다. 가령 어느 날 나는 멀티플렉스에서 영화 보고 아래층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드러그 스토어에서 생리대를 샀는데, 알고 보니 그게 모두 같은 재벌 기업의 브랜드였다. 발길 닿는대로 욕구를 따르는 일이 큰 것의 배를 불리고 작은 것을 소멸시키는 순환 고리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오싹한 일이다.

소비자 정체성으로 포인트 적립하다가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자본의 천국은 얼마나 무서운가. 내 삶을 찬찬히 돌아보고 글로 적어 두기, 이 세계의 무자비한 힘에 끌려가지 않기 위한, 태어난 것을 덜 후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은유 저 <쓰기의 말들 中>

 

 

[K인포그래픽]네 삶에 대기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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