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31 경제기사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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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일반] "핵심기술 개발, M&A전략 제쳐놓고… 지분구조 계산하다 날 샐 판"

정부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기업들 '本業' 뒷전 
글로벌 사업 이끌어야 할 핵심인재들 투입
지분 '교통정리' 하느라 수조원 발 묶여  
미래투자·연구개발·M&A 등 신경 못 써

 
 “맨날 ‘그림’ 그리다 날 샐 판입니다.”

국내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이끄는 한 최고경영자(CEO)의 토로다. “딱 부러지는 답이 없는데 정부가 자꾸 정답을 내놓으라고 하니 답답하다”고도 했다. ‘큰 그림(그룹 지배구조)’을 바꾸라는 정부의 집요한 압박에 대한 하소연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간판 그룹들은 정부가 내준 ‘숙제’를 풀기 위해 상당수 핵심 인력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몰아넣고 있다. SK 등 다른 기업들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탓에 계열사 지분 ‘교통정리’에 골몰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매몰돼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이나 인수합병(M&A) 등 ‘본업(本業)’엔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배구조 걱정에 빠진 삼성·현대차

정부로부터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는 대표적 대기업은 삼성과 현대차 두 곳이다. 삼성은 연내 지배구조 개편 방안 발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며 삼성생명이 쥐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다.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지분 중 2% 정도를 삼성전자의 2대 주주(지분율 4.65%)인 삼성물산이 사들이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금융자본’인 삼성생명(매각 후 5.92%)에서 ‘산업자본’인 삼성물산(매입 후 6.65%)으로 바뀐다. 문제는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정부의 압박까지 이어질 경우 삼성생명이 나머지 삼성전자 지분도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최대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지분을 사줄 수 있는 계열사는 없다. 삼성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지난 5월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한 지 석 달 만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추가 자문사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 자문단을 확대, 보강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에선 현실적 대안으로 현대모비스의 분할부문을 먼저 상장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존 방안을 아예 뒤집어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를 분할·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규제 리스크'에 짓눌린 대기업… 미래전략 손놨다

재계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두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매몰돼 정작 글로벌 사업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연구개발(R&D), M&A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써야 할 자금 수조원이 지배구조 이슈 때문에 묶여 잠자고 있어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가 큰 숙제를 앞둔 상황에서 ‘빅딜’을 검토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경쟁을 주도해야 할 에이스급 인재들이 엉뚱한 곳에 힘을 빼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삼성은 지난해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만든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에 핵심 인력을 투입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도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는 그룹 기획조정실 인력 수십 명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매달려 있다.

◆대기업마다 지분 ‘교통정리’ 비상

삼성과 현대차뿐만 아니다. 이미 큰 틀의 지배구조 윤곽을 잡아놓은 SK그룹의 ‘셈법’도 다시 복잡해졌다. 그동안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중간지주사 전환을 검토해왔지만 쉽지 않게 됐다.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보유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종전보다 10%포인트 높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07%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의 지분을 30%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분 매입에 써야 할 돈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해운, SK E&S, SK바이오텍, SK실트론 등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릴 때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한 규정 탓에 앞으로 대형 M&A를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SK를 비롯해 LG 롯데 현대중공업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하소연도 제기된다. 지주회사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아 비상장 자회사 대부분이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정부가 한쪽으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라고 압박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지분율 50%를 초과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재계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이어지면서 헤지펀드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압박에 떠밀려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만질 때마다 길목을 지키던 해외 헤지펀드들이 어김없이 달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고점 논란에도 8월 외인 매수 1위 '삼성전자'... "그래도 'IT'"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IT(정보기술)주를 사들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관적인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발 기술주 훈풍에 3분기 실적 전망 등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1.82% 오른 4만7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한 가운데 삼성전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던 데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이 컸다.

이날 기관과 개인이 각각 708억원, 1592억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치웠지만 외국인이 2343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외국인들은 최근 7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만 6257억원 어치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8월 한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1위에 올랐다.

시총 2위 종목인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0.12% 내린 8만27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상승세를 이어가던 SK하이닉스는 장 막판 기관 매도에 소폭 하락 마감했지만 외국인 유입세는 나흘 연속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8월 한 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반전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3분기 이익 증가 전망과 함께 저평가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앞서 제기됐던 리스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고점 논란은 반도체주는 상승 사이클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숨고르기 과정이 매크로 변수 하락세와 겹쳐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었다"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이끌어 낸 수요와 공급의 기본 프레임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의 수급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S&P500 지수는 16.62포인트(0.57%) 오른 2914.04, 나스닥은 79.65포인트(0.99%) 오른 8109.69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 S&P 500 등 미국 증시 최고치 경신의 일등 공신은 기술주"라며 "기술주는 올 들어 유독 부침이 심했지만 글로벌 기술주 펀드 자금 규모가 올 들어 90%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흔들림 없는 수급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견해는 여전하다. 김영찬 모간스탠리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매도세가 완화됐지만 기업의 펀더멘탈은 그대로"라며 "디램이 가격 결정력을 잃어 가고 있는 가운데 4분기 가격 하락이 둔화될 순 있지만 내년 1분기에 가격 하락폭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부동산] “오늘이 최저점”… 천장 뚫린 서울 아파트값

이달 넷째주 아파트값 0.45%↑…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요 억제로는 한계… 추가 규제도 효과 무색할 듯"

8월 넷째 주(8월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한국감정원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정부가 과열된 집값을 잡기 위해 연일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주택 가격이 뛰면서 좀처럼 안정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않다. 일각에서는 ‘규제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8월2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5% 올랐다. 이는 감정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단위로는 역대 최고치다. 

감정원이 집계한 이번 주 아파트값 상승은 이달 21일부터 27일까지 가격 변동을 반영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의 영향을 받기 전에 조사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란 시그널(신호)이 이미 시장에 충분히 전달된 상황이었고, 서울시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마스터플랜) 추진 보류 발표 등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수요 억제로는 과열된 주택시장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 집값 오름세는 과거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비주류로 여겨졌던 지역이 상승을 주도하며 전체 서울 집값을 이끌고 있다. 지난 27일 국토부가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투기지역 추가 지정으로 서울은 전체 25개구 가운데 15곳이 투기지역으로 묶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을 망설이던 대기 수요자들이 ‘오늘이 최저점’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자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집을 여러채 보유한 다주택자들도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아파트 시세가 꾸준히 오르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52.3을 기록했다. 이는 주택시장이 과열로 치닫던 2006년 11월 첫째 주(157.4)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매수우위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체 3600여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많은 지를 확인해 산출하는 지수다. 기준점(100)을 웃돌면 매수자가, 이를 밑돌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도 모두 나서 ‘집값 상승 2라운드’에 돌입한 서울 주택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금융당국의 전세·임대사업자 대출 집중 점검, 29일에는 부동산 탈세 혐의가 있는 360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 등에 대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 역시 추가 규제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 투기지역 추가 지정, 재건축 연한 강화(30년→ 40년), 양도세 비과세 요건 확대(2년→ 3년) 등이 주요 대책으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시장에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 정부가 줄기차게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상당히 생겨 먹힐 지는 의문”이라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 공급 확대를 위한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격 변동률 추이(단위: %, 자료: 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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