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me too 운동)

일상/다양한이야기|2018. 3. 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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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Me Too" 운동이 확산이 되어 연예, 정치, 문화계에서 봇물 터지듯 성희롱, 성폭행 관련 인물들에 대한 공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 이 정도였나? 이렇게나 썩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즉, 남성이 느끼기에도 말도 안되는 상황, 그리고 일들이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과 보도를 보며 한편으로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얼마전 읽었던 "82년생 김지영" 소설이 생각나더군요. 거기서도 분명 지금과 같이 "Me Too" 를 외치며 문제제기를 했었는데 소설로서만 인식하고 넘어갔었던 것 같습니다. "아 여성들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겠구나" 정도의 느낌? 즉, 완벽하게 공감은 하지 못했습니다. 근래의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다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정말 다시는 이런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발본색원(拔本塞源)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어제 잠들기전 PD 수첩을 보았습니다.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행과 관련된 내용을 집중 보도 한 것이였습니다. 50분 분량의 짧은 영상이였지만 보는 내내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저런 일이 진짜 가능한가?" 그리고 사람이 할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영화계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향력, 그리고 그 바운더리 안에서 고통을 겪었을 수많은 사람들.. 문제를 인식하고도 방관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에서 말입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영화계 사람들이 김기덕 감독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을 꺼리는 것을 보고 정말 권력의 무서움, 그리고 가지지 못한 이들의 나약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꿈 때문에 자신의 일자리 때문에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채 방관자 혹은 공범자가 되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도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이 함부로 말할 만한 사한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답답함과 좌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PD 수첩에서 인터뷰한 C배우가 이런말을 하더라구요. "피해자들은 꿈이 짓밟히고 숨직이며 살아가는데 성폭행을 아니 강간을 한 김기덕과 조재현은 승승장구하더라 그러면서 이게 세상이구나, 내가 그 때 그들에게 당하면서 내 꿈을 유지해 나가야 했던게 아닐까? "라고 말입니다. 

ⓐ  '미투 운동의 포문을 연 서지현 검사'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지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사실을 8년 만에 폭로했다.

서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에 근무하던 2010년 10월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을 성추행했고 2014년 4월 수원지검 여주지청 사무감사에서 부당하게 지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5년 8월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부당한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인사 발령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 전 검사장을 이번 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 '문단 미투, 고은 시인 성추행 의혹'

서 검사의 폭로 이후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지난달 초 시 한 편이 재조명됐다. 최영미 시인의 ‘괴물’. 이 시에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정장 상의가 구겨졌다.”고 쓰여있다.

최 시인은 “제가 괴물에 대해 매체를 통해 한 말과 글은 사실입니다. 나중에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 시인은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부끄러움을 느낄 만한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며 “시인으로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작품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윤택·조민기·조재현·김기덕 연극, 연예계 미투'

연극계도 미투 운동의 바람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2월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10여 년 전 이윤택(66)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에게 ‘안마’를 빙자해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3일 후에는 김보리(가명)라는 한 배우가 19살과 20살 때 ‘안마’ 성추행은 물론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전 감독은 성추행 파문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연극계에서 추방당했다.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배우 조민기(52)는 자신의 여제자를 오피스텔로 불러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조재현(52)씨도 과거 한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했음을 인정하고 현재 방송 중에 있는 드라마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 '믿었던 종교계까지...천주교 신부 성폭행 사실 드러나'

현직 신부가 성폭행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의 한 신부가 자신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A씨는 23일 KBS에 출연해 이 같은 내용을 설명으로 털어놨다.

수원교구는 논란이 불거기자 진상조사에 나서 해당 신부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인정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이번엔 차기 대권후보까지...안희정 충남도지사 성폭행'

안희정 충남도지사 정무비서가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김지은 씨는 8개월 동안 안 지사가 자신을 성폭행 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안 지사와 합의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 나의 상사고 나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며 “이전에는 계속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안 지사가 물어봤다. ‘너를 가져서 미안하다’, ‘너한테 상처 줘서 미안하다’,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 내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나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서, 조금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밝혀 그간의 마음고생과 신변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놨다.

"우리 대부분은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의 당사자다."

대한민국의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성폭력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우리 일상에서 온갖 성폭력이 만연해 있었던 것, 그 심각성을 알아채지도 못했던 것, 알지만 구태여 끄집어내려 하지 않았던 것…. 이 모든 게 문제를 키워왔고 끊임없이 새로운 피해자들을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제 이야기에 화를 내거나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해 놓은 성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지라도 성폭력 문제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한번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는 30, 40대 여성이 일생 동안 겪어온 성차별 문제를 고발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상황까지 다룬 이야기 속에서 관연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자의 아동시절부터 신체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초·중·고등학생 시절, 성인이 된 이후까지 다양한 양상의 성폭력이 동반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책은 이 사실을 평범한 여성 김지영씨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좇으며 성폭력을 겪은 지점을 구체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소설 속 김지영은 초등학생 시절 짝(툭툭 몸을 건드리는 장난), 중고등학교 시절 교사들(원치 않는 신체 접촉), 동네 바바리맨, 시내버스 성추행범, 화장실 몰래카메라 등 온갖 종류의 성범죄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그가 유난히 당한 게 아니라 이 시대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일상적으로 노출된 성폭력인 셈인 것입니다.


미투 운동은 모든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며, 더 이상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홀로 감당해 온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건네는 연대이기도 합니다.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도’ 겪은 일이고 ‘모두의 사건’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진행되는 미투 운동의 동력 중 하나는 ‘치유’와 ‘연대’에 있습니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 상당수는 도움을 청할 만한 곳조차 찾지 못해 왔습니다. 오히려 도움을 청했던 2차 피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투 운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고 피해 사실을 고백할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해봐야 돌아왔던 것은 무력감과 좌절감뿐이라는 경험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부정적인 학습효과가 “이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미투 운동이 폭로전처럼 다뤄져서도, 지겨운 이야기로 여겨져서도 안 됩니다. 문화예술계나 학계를 넘어 일상으로 파고들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미투에서 ‘위드유 운동(#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로 더 폭넓게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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