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출근을 꼭해야돼?)

일상/다양한이야기|2018. 2. 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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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5번째 이야기 "출근을 꼭해야 돼?" 입니다.

많은 직장인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직장이 위치하고 있는 직주근접의 서울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있고, 매일 닭장같은 전철에서 책조차 볼 수 없이 낑겨서 1시간 가량 출근을 하면 정말 피곤하고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요즘같은 시대에 "출근을 꼭 해야 될까요?"   

출근길 도심으로 실어다 주는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는다. 간밤의 숙취를 땀냄새로 확인시키는 아재들 사이에서 미처 단장을 못 마친 여성들은 바쁘게 쿠션 파운데이션을 콧등에 찍어바른다. 자가용 출근을 한다 해도 고통 지수가 크게 다르진 않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8차선 도로 위에서 생각한다. 평생 이 시간을 모으면 아이와 더 놀아주고 취미 생활도 할 텐데.

학창 시절 통학 지옥에 이어 직장인이라면 숙명적으로 치러야 할 출근 전쟁.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 덕에 반드시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원격근무(telework) 기술 때문입니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를 포함해 모바일 환경을 이용해 사무실 바깥에서 일하는 유연근무 전체를 아우립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37%가 사무실 바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5년 9%에서 20년 만에 네 배로 뛰었으니 전 세계적으로 원격근무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크게 2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① 원격 근무는 출퇴근 동안의 불필요한 체력/비용 소모를 없애준다.
② 사무실 임대와 이에 수반되는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 직장인 통근시간 58분, OECD 29개 국가 중 제일 길어

1시간23분.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20세 이상 한국 취업자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다. 수도권 통근자의 경우 이보다 더 긴 1시간36분을 오로지 출퇴근에 쓴다.
 
한국인의 출퇴근 전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심각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주요 29개국 직장인들은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하는 데 평균 28분을 썼다. 2011년 조사 때 38분보다 10분가량 줄었다. 반면 한국인의 통근엔 58분이 걸려 5년 전 55분에 비해 3분 더 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국가 중 유일하게 50분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공동 2위인 일본·터키의 40분에 비해 20분 가까이 길고 최소 통근 시간을 기록한 노르웨이(14분)의 네 배에 달한다. 서울 등 대도시의 주거비용이 높아지면서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긴 장거리 통근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근 부담은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3년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통근시간(편도)이 1시간인 직장인들의 행복상실 가치가 월 9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원이 수도권 거주 직장인을 대상으로 통근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이 현재 통근시간이 ‘불만족스럽다’고 했고 69.8%는 통근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통근 부담 해소를 포함시켰다. “출퇴근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 국민이 여가를 선용할 수 있도록 출퇴근은 편하게, 교통비는 가볍게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열차 확대, 사용 횟수에 제한이 없는 정액 교통카드 제도 도입 등이다.

 

 사무실 임대와 이에 수반되는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1990년 HP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좋다’는 인식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였습니다. 이후, IT기술의 발달, 신세대 의식구조의 변화, 일과 가정의 양립, 출퇴근 시간의 단축, 사무 공간의 활용과 비용 절감, 임직원의 복지 증진의 장점을 고려하여 재택근무를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회사와 개인이 증가하였습니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갖춘 희망자에게 제공되는 노동의 한 형태입니다. 재택 근무 신청자 대부분은 “가족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안도감과 출퇴근의 힘듬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선진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도입했을 때, 그들은 몇 가지 조치가 있었습니다.

첫째,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의 선정입니다. 모든 사람을 재택근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기계와 같이 함께 일할 수 밖에 없는 생산이나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조직장, 제반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하는 R&D 등 재택근무에 적합한 직무를 선정하여 몇 번의 Pilot Test를 거친 후 실시하였습니다.

둘째, 재택 근무 환경이다. 최소한 독립된 방에 인터넷이 가능하고 회사 규정에 합당한 PC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셋째, 대상자의 선정입니다. 아무나 희망한다고 전부 재택근무를 허락하는 것이 아닌 혼자서 일하는 데 적합한 인재이며, 주어진 목표가 명확하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전제였다고 합니다. 

‘러시 아워’의 종말을 알리는 이 근무 재택근무는 많은 이점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2015년 5월 미국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대형 건강보험사 애트나는 총 고용 인원 4만8000명 가운데 43%가 부분 내지 전일로 원격근무를 하는데 덕분에 사무실 임대비용을 15~25% 절감했다고 합니다. 제록스의 미국 내 근로자 7만 명 중 11%(약 8000명)는 풀타임 원격근무자입니다. 이 때문에 줄어든 연간 차량 주행거리(약 1억5000만㎞)로 인해 절감된 연료가 11만 배럴, 무려 1000만 달러(약 112억원)어치라고 합니다.  

또한  IBM은 80년대부터 일부 근로자의 집에 원격 터미널을 설치했고 93년 본격 도입했습니다. 2009년엔 IBM의 글로벌 근로자 38만6000명 가운데 40%가 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를 통해 미국 내 사무실 임대 비용만 연간 1억 달러를 절약됐다고 합니다. IBM은 또 ‘통근자 고통 지수’란 걸 계량화해 원격근무의 장점을 이론화한 주역이기도 합니다.

근데 재택근무 폐지가 많아졌다??

그러나, 최근 재택근무를 강조하던 HP와 IBM과 같은 초일류 IT기업들조차 실시하고 있던 재택근무를 폐지했습니다. 왜 이들은 많은 장점이 있는 재택근무를 폐지했을까요?

재택근무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환경의 변화 때문입니다. 과거의 업무는 업무 절차에 따라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를 해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일이 복잡하지 않았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이 기반이 된 조금은 단순한 직무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환경이 복잡해 지고,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파악하여 선도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혼자만의 업무 방식이 아닌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결국 재택근무는 과거 단순히 개인이 업무처리하고 보고하는 형태에 더 적합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둘째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때문입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소통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주에 1∼2일이면 괜찮지만 매일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회사 내에 나돌고 있는 정보를 포착할 수 없습니다. 일부 재택근무자는 어느 순간이 지나면 이마저 익숙해져 불안감 자체가 사라지고 내가 회사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합니다. 혼자 제품이나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직무라 할지라도 마케팅이나 본사의 주요 스탭 부서와의 소통은 해야만 합니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다 보니 빼고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인관계에서도 보지 않으면 멀어지는데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통해 폭넓게 자료를 습득하고 다양한 의사결정에 참석하여 성장하는 기회를 잃게 되고 업무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이유는 신뢰문화의 붕괴 때문입니다. 재택근무는 성실성과 자율 기반의 성과 창출이라는 신뢰가 기반입니다. 이 신뢰가 무너진다면, 재택근무의 효율성보다는 회사의 신뢰문화가 주는 효과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저들은 뭐야? 집에서 놀면서 부업이나 하고.”, “누구는 재택근무하고 싶지 않나? 여건이 되지 않아 못하는데, 중요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그들만의 특권인가?” 이런 이야기가 회자된다면 곤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재택근무를 선택한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작업효율을 향상시키고 위해서였는데, 근로자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게 한다면, 조직장이 재택근무자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게 한다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게 나은 대안이 될까?

출퇴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냥을 위해 집을 떠나던 시대부터 인간 DNA에 새겨진 유전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언 게이틀리가 쓴 『출퇴근의 역사』(책세상)에선 일터와 쉼터를 의도적으로 분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출퇴근이라는 관습을 지탱시켜온 것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통근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통근을 불편해하기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에게 “이상적인 통근 시간은 0보다 큰 시간”, 즉 통근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러시 아워와 통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기술 발달이 각광받는 분위기 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사무실로 데려다 줄 동안 통근자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미국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제안하는 진공튜브고속열차가 눈깜짝할 새 회사 앞에 데려다 주는 시대도 도래할 것입니다.

"사실 핵심은 일을 어디서 하느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출퇴근 발걸음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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