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야고수가 추천하는 유망 투자 지역-청량리·영등포…非강남 새 아파트 노려라
본격적인 여름 비수기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투자자 머릿속도 복잡하다. 금리 인상, 보유세, 입주 물량 폭탄, 국내외 경제 상황, 여기에 알 수 없는 심리적 요인 등 워낙 변수가 많아 섣불리 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그렇게 많음에도 누구 하나 시장 전망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이유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투자자와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럴 땐 투자 경험이 풍부한 고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매경이코노미는 보다 현실적인 분석을 위해 부동산 재야고수 6인과 만났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필명 구피생이), 백원기 베스트랜드 대표(필명 뉴망),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필명 월천대사),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필명 대니조) 등이다. 이들이 쓴 책은 모두 경제 서적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인터넷 커뮤니티(부동산 스터디)에 올리는 칼럼마다 큰 인기를 끈다. 수천만원으로 시작해 수십억원 자산을 일군 고수들이다.
▶올해 집값 전망은?
▷올 하반기부터 조정…급락은 없을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시장 전망이다. 고수 대부분은 “올 하반기부터는 대부분 지역에서 보합 또는 하락 등 집값 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옥석만 잘 가린다면 오히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학렬 소장은 “인기 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는 상승세를 이어갈 테지만 기존 아파트값은 당분간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서울이라도 비인기 지역구, 그중에서도 구축 아파트값은 조정기를 거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학군 수요가 높은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이 조정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백원기 대표 생각도 비슷하다. 백 대표는 “금리는 오르고 대출 규제는 강화되고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가가 하락하는 추세”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집값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수심리는 위축됐을지언정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히려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에도 집값 강세를 전망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5월까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보유세 인상 등 악재를 반영하고도 서울 9.9%, 지방 4.4% 상승했다. 이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진 상황에서 하반기 주택 시장이 둔화될 이유가 적다”고 주장했다. 집값 하락장을 전망할 때 흔히 입주 물량 폭탄을 근거로 들지만 재건축 이주로 생기는 멸실주택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서울 강남권에서는 서초구(1만1000가구), 송파구(4000가구) 등 대규모 이주가 하반기 중 예정돼 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청약은 ‘로또’, 재건축 대신 ‘재개발’
더 이상 ‘대세 상승’은 없다는 부동산 시장에서 고수들이 제시하는 투자 방법은 무엇일까.
김민규 대표는 청약 시장을 실수요자에게 가장 유리한 투자처로 꼽는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정부 정책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는 일정 수준으로 묶여 있는데 대부분 투자자는 청약가점이 부족하고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해 실수요자 당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인기 단지 가운데 분양 일정이 늦춰진 곳이 많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가 오래 걸리면서 인기 단지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청약가점이 충분한 실수요자가 ‘로또 아파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 증가하고 가점제가 확대되면서 높은 가점이 아니면 청약에 당첨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서 이주현 대표는 “순전히 운에 맡기는 청약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물론 가점을 계산해보는 것은 좋지만 조금이라도 당첨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1순위 청약 전 특별공급 물량 경쟁률을 챙겨보자. 특별공급에서 인기 있는 평형은 1순위 청약에서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해당 평형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평형에 접수하는 게 당첨에 유리하다.
이주현 대표는 새 아파트를 얻는 방법으로 재개발 물량을 유심히 살펴보라고도 덧붙였다. 청약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여전히 당첨 확률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청약 대신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강화와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로 사업 추진이 연기되는 곳이 늘었다. 결국 남은 것은 재개발 투자다.
최근에는 각종 인터넷 카페나 책 등을 통해 재개발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늘면서 재개발 투자도 대중화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와 북아현뉴타운, 경기권에서는 서울 강남과 가까운 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과천시, 광명시 등이 추천 지역으로 꼽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창촌 이미지가 강했던 청량리역 일대는 최근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이용도 편리하다. 향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과도 연결되는 만큼 미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아현뉴타운은 최근 먼저 분양 완료된 1구역 입주가 시작되면서 가치가 급등했다. 북아현1-3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신촌’은 분양가격 대비 약 2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는 택지지구 분양 물량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성남시 분당구, 광명시에서 새 아파트 희소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택을 이미 여럿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이제는 ‘종목’보다 세금을 먼저 계산할 때다. 김민규 대표는 “추가로 투자했을 때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나 보유세 등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며 “집값이 몇천만원 올랐다 하더라도 세금 빼고 나면 자칫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소위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다른 주택은 매도하라는 투자법이 유행처럼 통했다. 여기서 똘똘한 한 채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를 말한다. 하지만 백원기 대표 생각은 다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똘똘한 한 채 투자법은 10년 전 금융위기 당시에도 유행했던 말이다. 당시 이 말을 믿고 좋은 집 하나만 남긴 채 나머지 집을 매도한 투자자가 많았다. 백 대표는 “이후 10년간 똘똘한 한 채 가격이 올랐지만 사실 역세권 소형 아파트값이 그보다 많이 올랐다”며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한 채가 아닌 다주택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무리한 갭투자로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김학렬 소장은 “집값 조정기에는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매물에 소액으로 갭투자하면 절대 안 된다. 가격이 아니라 입지가 좋고 경쟁력 높은 ‘오를 만한’ 집에 투자해야 조정기를 버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수들은 서울에 집을 산다면 무조건 입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라고 권한다. 조현욱 부사장 기준으로는 “거주 인구 30만명 이상의 도심이면서 교통·생활 인프라와 학군이 우수한 곳”이다. 이런 지역 주변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을 확률이 높다.
백원기 대표는 “지하철로 30분 이내 출근 가능할 수 있는 업무지역이 3곳 이상인지 살펴보라”고 권한다. 다만 교통을 볼 때는 현재 조건을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 가령 GTX나 경전철 개통이 예정됐다는 단지는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가 없다. 지하철 공사는 언제든 지연될 수 있다. 철저하게 당장 교통이 편리한 곳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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