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중앙일보] 고개드는 금융위기 10년 주기설 … “2020년 경기 침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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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사계절과 같다. 계절이 봄과 여름을 거쳐 가을과 겨울을 지나듯 경기도 호황과 불황을 오가기 때문이다. 순항 중인 미국 경제는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경기 침체에 빠지기 시작할 때를 늦가을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늦여름의 어딘가를 지나고 있을 듯하다.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이은 새로운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번 달 이코노미스트 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침체의 문턱을 넘어설 시기는 2020년이 가장 유력했다. 응답자의 58.8%가 “미국 경제가 2020년 경기 침체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21.6%는 2021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다소 의아하게 여겨진다. 미국 경제는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9%를 기록했다. 2000년 12월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그뿐만 아니다. 미국 경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107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기술(IT) 호황이 경제를 이끌던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120개월 호황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경기 확장 기록이다. WSJ은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확장의 수명이 막바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전했다.
  
고액자산가도 다가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JP모건이 지난달 전 세계 700명의 초고액순자산보유자(UHNWI)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미국이 2020년까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 중 21%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초고액순자산보유자는 일반적으로 투자 가능한 금융자산(유동 금융자산)이 3000만 달러 이상인 부유층이다.
  
경기 침체를 예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WSJ은 “경기 침체는 시작될 때까지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2011년과 2016년의 경기 침체 전망은 결국 잘못된 경보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위기감이 커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침체를 알리는 몇 가지 지표가 위기에 다가가고 있어서다. 포브스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로 제시한 몇 가지 지표를 근거로 댔다.
  
첫 번째는 치솟는 유가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모든 미국의 경기 침체에 앞서 유가 급등이 선행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는 최근 급등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는 11일(현지시간) 배럴당 70.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7.12달러를 기록하며 8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침체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신호는 자산 가격 거품이다. 미국이 겪은 두 차례의 심각한 경기 침체는 모두 자산 거품이 터지면서 비롯했다.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은 주식 가격의 급등을, 세계금융위기는 주택 가격의 폭등을 동반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증시의 ‘실러 주가수익비율’은 31이었다. 닷컴 버블 이전인 1999년 12월(44)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전인 2007년 10월(27)에 비할만큼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포브스는 “자산 가격 수준으로 보면 이 지표는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신호는 좁아지는 장기와 단기 수익률 격차다. CNBC는 “시장 참가자들은 장단기 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언제나 경기 침체의 중요한 트리거(방아쇠)로 여겨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1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9695%에 거래를 마쳤다. 2년물 국채금리는 2.5349%까지 상승했다.
  
미국 경제를 둘러싼 여러 상황도 침체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가장 큰 이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다. 시장은 Fed가 올해 3차례까지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Fed가 경기침체를 대비한 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 금리 인상에 더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 적자 정책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칼 태너바움 미국 노던트러스트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2년간 1조 달러에 이를 재정 적자와 미국의 경제 성장이 함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0년에 경기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고개드는 금융위기 10년 주기설 … “2020년 경기 침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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