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시대
인공지능(AI) 열풍이 얼마나 뜨거우면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1,500억 달러, 우리 돈 200조 원 가량이 불어날까요. 실적 발표 후 하루만에 주가가 24% 넘게 오른 엔비디아(티커종목명 NVDA) 이야기입니다.
AI 테마의 최고 수혜주로 떠오른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이 11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가이던스)를 내놓았는데요. 이 가이던스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월가의 기존 추정치보다 150% 이상 높은 매출을 먼 미래도 아닌 당장 다음 분기에 낼 수 있다고 엔비디아가 공언한 겁니다. AI 시대가 그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겠지요.
데이터센터들이 인프라를 빠르게 전환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고, 이 과정에서만 1조 달러 이상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의 설명을 곱씹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흐름을 보면 AI는 사람의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AI를 투자에 이용하면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적어도 AI는 종목을 매매한 뒤 스트레스를 받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있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현존 AI의 투자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 대비 좋으냐 나쁘냐와 같은 궁금증부터, 앞으로 자본시장에 AI가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 인간의 투자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오늘(미국 현지시간 25일) 뉴욕증권거래소에 AI ETF(AIDB)를 상장한 크래프트의 오기석 APAC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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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만큼은 아니지만…"AI, 훈련된 펀드매니저 수준"
크래프트는 AI 이용 투자모델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기업 가운데 한 곳입니다. 지난해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궁금한 것은 현존 AI 기술이 인간(중에서도 투자 최전선에 선 고수)의 수익률을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는데, 이 부분은 숫자로 증명이 된다고 합니다.
현재 크래프트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4종의 ETF 가운데 미국 대형주를 대상으로 AI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ETF, AMOM의 경우 비교군이 ishares의 모멘텀 ETF(MTUM)인데 이 종목과 비교하면 올해부터 현재까지 15% 이상 앞선 수익률을 기록중이라고 했습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투자결정이 무조건 인간보다 우월한 건 아닙니다. AI 투자모델도 결국 인간이 짠 알고리즘과 변수들을 가지고 학습해 결정을 내리는 구조니까요. 쉽게 말하면 현재 AI의 수준은 투자 영역에서 워런 버핏이나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의 짐 사이먼스에 미칠 만큼은 아니지만, 잘 훈련받은 펀드매니저 정도의 능력은 된다고 합니다. 대신 인간과 비교했을 때 AI가 내린 투자 결정을 되짚어보면 사람 특유의 편견이나 고집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입니다.
▲은행주 위기 피하고 엔비디아는 미리 담고…AI, 어떻게?
크래프트는 월가에서도 주목하는 AI 금융기업이 됐습니다. 이번 AI ETF 상장 관련해서도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블룸버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그건 이 부분 때문일 겁니다. AI가 사람보다 시장의 위기를 먼저 아는 것 같았거든요.
크래프트의 AI ETF(AMOM)는 올해 인간 투자자와 다른 두 가지 행동 패턴을 보였습니다. 하나는 3월 금융권 위기가 불거지기 전인 1월부터 은행주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연초부터 미 증시 시총 1위 애플을 팔고 엔비디아를 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실적이 좋을 것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요. AI는 월 단위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는 현재 비중이 8%로 가장 높은 종목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AI가 이런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아쉽게도 여기에 대한 답은 '인간은 알 수 없다'입니다.
AI 투자 모델을 개발한 회사마저도 변수와 알고리즘만 제시할 뿐, 어떤 '이유'와 '논리'로 특정한 투자결정을 내렸는지 정확하기 알 수는 없습니다. 유추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업계가 최근 매달리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를 만드는 겁니다. 인간을 학습한 AI를, 다시 인간이 학습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여기까지 나아간다면 AI에 필요한 데이터 뿐 아니라 활용 가능한 영역이 더 많아질 겁니다.
어째서 그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는 해도 AI가 내린 '좋은 결정'의 의의는 분명합니다. AI가 보이는 특이한 행동 자체가 시장에는 유용한 신호가 될 수 있지요. 그래서 AI ETF 뿐만 아니라 AI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해석해 전달하는 '리스크 인디케이터'는 투자시장에서 하나의 사업 모델로 자리잡는 중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분석 모델은 아직이지만, 이미 기관투자가들은 이 리스크 인디케이터를 받아본다고 하네요.
▲부채한도 협상, 큰 변수 아닐까…AI ETF가 본 미래는?
크래프트가 오늘 뉴욕 증시에 상장한 ETF(AIDB)는 'AI 현금모델'을 탑재했습니다. 이 AI ETF는 시장의 하락 가능성이 높을 때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최대 100%까지 늘려 하락 위험을 방어하고, AI가 시장의 위험이 높아보이지 않을 때에는 주식의 비중을 최대 100%까지 늘리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 AIDB가 현재 주식시장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최근 미국은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걱정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거든요. 실제로 신용평가사 피치가 "정치적 당파성 탓에 부채한도 문제 불확실성이 늘어났다"며 미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AI는 이런 걱정들과 달리 당장 미국 증시에 큰 하락이 올 것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이 ETF는 주식 비중을 100%로 가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AI도 투자 실수 하지만…실수도 학습재료로
개인적인 궁금증은 AI가 저지를 수 있는 투자 측면에서의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이 볼 때 AI의 투자 결정이 가끔 인간들과 다르다보니 직관적 혹은 창의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AI야말로 철저히 선험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결정을 내립니다.
미리 입력된 알고리즘과 변수를 바탕으로 들어오는 데이터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게 현재의 인공지능이니까요. 그렇다보니 '설명 불가능한 변수'나 '그동안 발생하지 않은 새로운 패턴'에 무척 취약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그 유명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제4국 78수입니다.
현재 운영중인 AI ETF도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을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수익률이 좋지 않은 구간엔 사람이 개입해 AI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를 할 법도 같은데, 그렇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AI가 저지른 실수, 즉 예상치 못한 이상 패턴도 학습을 해야 하는 데이터이고, 사실 AI가 해맬 때는 사람도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장일테니까요.
실제 AMOM이 수익률이 좋지 않은 구간이 있었는데, 그 때가 테슬라가 급락하던 때였습니다.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패턴에 AI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 결정을 내렸고, AI가 이 부분까지 학습해 포지션을 보수적으로 바꾸기까지는 석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투자 AI, 인간 대체할 수 있을까
투자 AI가 적어도 똑똑한 펀드매니저 수준은 된다면, AI가 인간의 투자를 대신할 날도 오게 될까요? 현재 발전 상황과 기능만 놓고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AI 투자 모델의 개발 방향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조하는 도구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습니다. 펀드매니저가 AI를 썼을 때 훨씬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더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거지, 펀드매니저 대신 일을 하기 위해 설계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투자자가 AI를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점도 해결 과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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